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상승세라는 인식은 착시 현상이라는 연구기관 지적이 나왔다. 한국 경제가 순위 상승을 한 것이 아니라 일부 유럽 국가들의 순위가 하락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은 24일 ‘최근 우리 경제의 위상 변화에 대한 논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는 최근 들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순위를 통해서 보나 국가경쟁력 순위를 통해 판단하나 모두 횡보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게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 경제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주요 선진국을 추월하거나 대등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현상은 한국 경제의 순위가 상승했다기보다는 이들 국가의 순위가 하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사실상 정체돼 있는데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일부 유럽 선진국의 위상이 약화한 것에 견줘 한국의 경제 위상이 상승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일종의 착시에 가깝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을 토대로 한국의 1인당 GDP는 2015년 스페인을 추월한 데 이어 올해는 이탈리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1인당 GDP 순위를 보면 한국은 2015년 이후 30∼32위를 오가며 30위권 초반에서 제자리걸음을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반면 IMF 전망에 기반할 때 대만은 2019년 40위에서 상승세를 지속하며 2022년 31위로 한국을 추월하고, 2027년에는 20위 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를 봐도 한국은 2015년 이후 23∼29위 사이를 횡보하고 있는 반면 대만은 올해 7위로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1인당 GDP와 국가경쟁력 위상이 횡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지속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향후 한국의 국가경쟁력 제고와 관련해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는 재정, 노동시장 등 세부 항목에 특히 유의해 개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