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후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의 많은 가능성은 개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많은 이가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해 상상 이상의 상상을 내놓고 있다. 멋진 일이다. 하나의 공간을 두고 많은 이들이 여러 생각을 말한다는 것은 매우 창의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남의 말을 존중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논의를 이어간다면 이 또한 민주적인 일이 될 터이다. 이 과정을 창의적이며 문화적인 축제로 만들어 가면 좋겠다.
만화에서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던 청와대 이전이 현실이 되자 미래의 서울, 천 년 후의 대한민국을 그려볼 기회를 얻었다. 단순히 청와대 이전 후 비워진 곳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그간 미래의 서울을 그릴 때 아예 25만3505㎡(7만 6685평)의 청와대는 논외의 땅이었다. 완공 예정인 광화문광장도 청와대가 비워질 것을 예상했다면 계획이 달라졌을 수 있다. 사실 청와대는 미래의 서울을 상상할 수 없게 하는 알박기나 다름없었다.
청와대 이후의 청와대를 논의할 때 미래의 서울, 21세기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상징하는 대한민국의 수도를 건설한다는 생각으로 통 크고 담대한 계획을 세워보면 어떨까. 오늘날 세계인의 추앙을 받는 도시 파리는 나폴레옹 3세의 명을 받은 파리시장 조르주외젠 오스만의 지휘로 17년간의 공사 끝에 만들어졌다. 우리도 청와대 이전을 계기로 ‘서울 대(大)개조 사업’을 시도하면 어떨까. 북악산에서 남산, 용산을 지나 우면산으로 이어지는 남북의 자연녹지 축과 동서로 서촌에서 청와대, 경복궁, 북촌, 창덕궁 그리고 종묘와 인사동을 잇는 전통과 시각 문화 중심의 문화·역사·예술 축을 기반으로 후손들에 물려줄 우리 시대의 생각과 모습을 담은 미래의 역사 도시, 미래의 문화재를 만드는 계기로 삼는다면?
사실 청와대는 역사도 담고 있지만 미래를 품은 곳이다. 청와대라면 본관과 관저, 영빈관과 춘추관, 녹지원을 떠올리는데 이외에도 경호동 건물 3동, 비서동 건물 3동, 지하 시설물과 청와대 밖에 무궁화동산, 사랑채, 연무관, 수송부, 직원용 관사인 대경빌라 그리고 대통령의무실 격의 서울지구병원이 더 있다. 따라서 청와대뿐만 아니라 이런 부대시설과 부지를 포함해 이후를 재구조화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관외 시설을 활용해 고궁박물관 이전, 국립민속박물관 서울관 건립을 추진하면 경복궁 복원의 걸림돌 제거로 복원을 앞당길 수 있다.
향후 청와대 활용 계획은 모든 것을 갈아엎고 새로 시작하는 계획이 아니라 ‘지금’을 보존하며 ‘미래’를 더하는 식이라야 한다. 이미 조성된 각각의 시설과 부지가 조화를 이루며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을 전제로 한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계획이 필요하다. 비워진 청와대는 미래라는 이름으로 ‘서울 대개조’라는 큰 그림을 그릴 과업을 우리 시대에 부여했다. 정파나 부처의 이해와 욕심을 떠나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역량을 모아 21세기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적인 대역사의 기회를 허투루 낭비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