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정부가 27일(현지 시간) 우리 제조사들과 대한민국의 대표 국산 무기인 FA 50 경공격기,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대량 구입하는 ‘기본계약(Framework Agreement)’을 맺었다. 최종 계약은 아니지만 앞으로 기본계약대로 진행되면 우리나라는 최소 10조 원대에서 최대 20조 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의 방산 수출 성과를 얻게 된다.
폴란드 정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기본계약을 체결했다고 공개했다. ★본지 7월 23일자 4면 참조
폴란드가 도입한다고 밝힌 무기는 FA 50 경공격기 개량형 48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이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최종 계약 단계는 아니고 ‘총괄합의서’를 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지에서는 총괄합의서 대신 기본계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기본계약은 최종 본계약 체결 이전 단계 정도로 이해된다.
폴란드가 발표한 내용에는 구체적인 구매 금액이 적시되지 않았다. 해당 무기들의 도입 금액 등 세부 조건은 폴란드 정부가 우리 측 각 제조사와 아직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 측의 도입 계획은 변동성이 심해 우리 측 제조사들도 구체적인 수출 총액을 아직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기본계약의 물량이 본계약에도 그대로 확정될 경우 각 무기들의 기존 판매 단계를 고려할 때 최소 10조 원 이상, 최대 2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국방부가 정부 홈페이지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K2 전차는 총 2차에 걸쳐 도입된다.
우선 올해부터 1차 물량 180대를 우리나라에서 현대로템으로부터 인도받고 이후 2차 도입 물량은 자국 현지에서 800대 이상 생산하는 방식으로 확보하게 된다. 한화디펜스가 제조하는 K9 자주포도 최소 2차에 걸쳐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1단계로 48문을 구매하고 2024년부터 2차 물량 600문 이상을 후속으로 사가겠다는 내용이다. 2차 물량 중 2026년 인도분부터는 폴란드에서 생산하는 것을 해당 정부는 요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조하는 FA 50은 현재 개발 추진 중인 신형 개량형인 ‘블록20’ 모델로 총 48대를 구입하겠다는 게 폴란드 국방부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KAI는 내년 상반기부터 FA 50을 12대 납품하고 이후 항공정비(MRO)센터를 현지에 건립하기로 했다. 또 조종사 양성을 위한 국제비행학교도 폴란드에 세울 예정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옛 소련제 미그 29 전투기나 이탈리아 M 346 공격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다. 유럽 경전투기 시장이 200여 대 규모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폴란드 MRO센터는 주변 유럽 국가들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본계약 체결식에는 안현호 KAI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등 국내 방산 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한국 기업 대표 연설에서 "우리나라와 동일한 무기 체계를 가져 양국 간 유대 관계가 더 깊어질 것으로 기대되며 앞으로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통해 경제 전반에 걸쳐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도 "유럽은 미국만큼 중요한 시장으로 유럽 수주를 바탕으로 국산 항공기 수출 1000대 목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가 대규모 한국산 무기 구매 기본계약에 나선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로부터의 안보 위험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 기본계약 현장은 폴란드 국방부 맞은편에 러시아대사관이 있어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편 KAI는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기점으로 2024~2025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도전장을 낼 예정이다. 280여 대 규모인 미 공군 전술훈련기 사업과 220대를 도입할 예정인 미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사업이 주공략 대상이다. 말레이시아·콜롬비아 등과도 수출이 사실상 성사됐거나 성사 직전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샤바=국방부공동취재단 민병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