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주연 송강호·이병헌] "재난속 공동체 의미 다시 새겨"… "팬데믹에 더 사실적 영화 됐죠"

항공기 테러 소재로 한 재난영화
각각 지상·기내서 극 서사 이끌어
실제 비행기 세트 360도로 회전
핸드헬드 촬영으로 몰입감 극대화

영화 ‘비상선언’은 흔들리는 항공기를 실감나게 표현하려 실제 비행기로 만든 세트를 직접 360도 회전시켰다. 사진 제공=쇼박스

느닷없이 테러의 표적이 된 호놀룰루행 KI501 항공편, 인터넷으로 항공기 테러를 예고했던 살인 용의자 진석(임시완)이 거기에 탄 건 우연이었다. 비행공포증이 있는 재혁(이병헌) 등 승객과 부기장 현수(김남길) 등 승무원들은 그 비행기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아비규환에 휘말린다. 승객 중에는 형사 인호(송강호)의 아내도 있었고, 인호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상에서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영화 ‘비상선언’은 이렇게 이유 없이 닥친 재난의 모습을 다룬다는 점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2년 넘게 맞닥뜨린 현실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많다. 개봉 시기를 미루는 곡절도 겪었다.



배우 이병헌. 사진 제공=BH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보며 희망을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재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의미와 소중하게 생각할 지점이 뭔지 와 닿았으면 하는데, 그 부분에서 만족감이 큽니다”(송강호)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팬데믹을 지나면서, 훨씬 더 사실적인 영화가 됐네요. 이전보다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만한 이야기가 돼 버린 것 같아요”(이병헌)


지상과 기내에서 각각 이 작품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송강호와 이병헌은 최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영화와 현실에서 맞닥뜨린 재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병헌은 “코로나19를 겪고 나서인지 영화를 보며 의도치 않게 감정이입이 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배우 송강호. 사진 제공=쇼박스

영화는 재난 자체의 속성은 물론 이에 맞닥뜨린 인간군상의 모습에 상당부분 주목한다.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기내의 극단적 이기주의는 물론이고, 지상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혐오·차별도 적나라하다. 영화 속 갈등은 모두 현실에서 여러 양상으로 나타난 바 있기 때문에, 상당한 공포감을 준다. 100% 핸드헬드(들고 찍기)로 촬영한 화면은 이를 사실적으로 전한다. 송강호는 “재난에 내던져졌을 때 어떤 이성적 판단으로 헤쳐 나갈지 대응하는 모습과 함께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감정을 절묘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게 관건이었다”며 “작년 칸 영화제에서 공개됐을 때 ‘인본주의적 드라마’라는 반응이 기억 난다”고 말했다.



영화 ‘비상선언’ 스틸컷. 테러의 표적이 된 비행기는 아비규환이 된다. 사진 제공=쇼박스

심하게 요동치고 뒤집히면서 추락 직전까지 가기도 하는 항공기 속의 모습은 또다른 볼거리다. 이를 위해 실제 비행기로 만든 세트를 360도 회전시키는 짐벌(Gimbal)을 이용해 직접 돌렸으며, 심지어 촬영감독도 세트 안에서 벨트로 몸을 묶은 채 함께 돌았다. 처음 세트장을 보고 입이 떡 벌어졌다는 이병헌은 “할리우드에서도 큰 비행기를 직접 돌려본 적이 없다더라”며 “처음엔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지만 안전하다는 판단이 서고 나니 기구 타듯 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객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떨어지고, 머리카락은 공중으로 치솟는 등의 모습이 영화를 상징하는 장면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강호 역시 비행기를 타지는 않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지상 촬영이 행복했구나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가지 함의를 담고 있는 ‘비상선언’을 간단히 정의한다면 어떨까. 인터뷰 막바지, 이병헌은 “탑승의 순간부터 끝까지 달려가는 느낌의 영화”라며 ‘청룡열차’로 설명했다. 송강호는 “대중 영화로서 갖춰야 할 미덕을 완벽하게 갖췄다”며 “한 번 더 보면 작품 속 디테일도 완벽하게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비상선언’은 비행기 바깥 지상의 이야기에도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사진 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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