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노사가 지급하기로 합의한 협약임금 인상률이 지난해보다 높은 5.3%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을 마지막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반등한 이후 올해 상승폭을 더 키웠다. 이에 반해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을 맴돌고 있어, 기업 경쟁력 약화를 막기 위해선 임금 인상과 함께 노동생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노사가 지급하기로 합의한 협약임금 인상률은 임금총액 기준 5.3%, 통상임금 기준 5.3%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임금 총액은 1.1%포인트, 통상임금은 0.7%포인트 오른 것으로 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협약임금 인상률은 사업체에서 실제 지급된 임금이 아닌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사전에 합의한 임금인상률을 의미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임금은 제외된다.
이번 발표치는 100인 이상 사업체 총 1만723개소 중 33.7%인 3613개 사업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한 잠정치다. 최종값은 결과 산정 과정 및 하반기 경기 상황, 규모·업종별 조사율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연말까지의 조사 결과는 내년 2월에 최종 발표된다.
협약임금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4.2%를 기록한 뒤 2019년 3.9%, 2020년 3.0%로 하락하다 지난해 3.6%로 반등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5.3%를 기록하며 상승폭을 더 키워가고 있는 모습이다.
협약임금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인은 ‘기업실적·성과’(40.3%), ‘최저임금 인상률’(32.2%), ‘동종업계 임금수준’(9.2%)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실적·성과’를 1순위로 응답한 사업체는 ‘21년(43.9%)에 비해 3.6%포인트 하락했고, ‘최저임금 인상률’은 ‘21년(26.5%)에 비해 5.7%포인트 상승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월 내년에 적용할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오른 9620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일각에선 이처럼 임금 인상률은 가팔라지고 있지만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격한 임금 인상이 이어질 경우 기업의 생산 감소는 물론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OECD 통계에 다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1.8달러다. 미국보다 32달러, 독일보다 25달러, 일본보다 6달러가 적은 수치로 38개 회원국 중 27위에 해당한다. 2019년 40.5달러(36개 회원국 중 30위)보다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임금인상이 물가변동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는 지난 5년간 경제 규모나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빠르게 상승했다"며 "노동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격한 임금인상은 생산 감소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일자리 감소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경제 규모와 생산수준에 맞는 임금수준 및 인상률이 책정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