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로 제동이 걸렸던 현대차(005380)그룹주가 다시 질주를 시작했다. 정부와 입법부가 IRA 대응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면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7000원(3.71%) 오른 19만 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월 3일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82억 원, 209억 원 순매수하며 현대차의 상승을 이끌었다. 기아(000270)도 이날 3.35% 올랐다. 현대모비스(3.39%), 한온시스템(018880)(4.00%), 현대위아(011210)(8.50%), 만도(204320)(3.63%), SNT모티브(064960)(2.45%) 등 자동차 부품사와 현대차 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4.78%)도 일제히 상승했다. KRX 자동차 지수도 3.75%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가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기아의 모든 차종이 IRA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와 보조금 없이 경쟁해야 하는 국내 제조사는 가격을 충분히 올리지 못하며 향후 수익 여건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완공 시기를 2025년 상반기에서 2024년 하반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앨라배마나 조지아주 공장 생산 라인 일부를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해 아이오닉5·6나 EV6를 생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조기 생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날 강세의 원인”이라며 “2020년 상반기부터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 노조도 한국에서 생산량이 유지되면 미국 전기차 생산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입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점도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정부는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2025년까지 유예하는 잠정 조치를 미국 측에 제안했다. 현대차 미국 공장의 완공 예상 시점까지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IRA 적용이 유예될 경우 법 시행에 따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미국 IRA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각각 채택했다.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은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전기차 보조금을 미국과 논의한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업종은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급 우려가 완화된 것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임 연구원은 “아이오닉5와 EV6에 장착되는 인피니온의 전력 반도체 품질 이슈로 8~10월에 생산 차질 보도가 있었지만 7월 말 현대차와 기아의 물량을 최우선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협의하면서 생산 차질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