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갈 시간도 없다, 해지 안되나"…직장인 건보료 뿔났다

건보료율 사상 최초 7%대 진입에 직장 가입자 원성 높아
저출산 고령화 속 재정 악화 막으려면 건보료 인상 불가피
지출 조정 중인데 초음파, MRI 급여 축소하느냐 항의 빗발
국비 투입도 여의치 않아, 해법은 보험료율 인상 밖에 없어
문제는 2024년 총선, 민심 감안 시 상한 8% 조정 힘들 듯
직장인 불만 고조되고 있는 중에 지역가입자 형평성 논란도
9월 1일부터 부과체계 개편, 지역 가입자 65% 감면 혜택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올해보다 1.49% 오른다. 30일 오후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에 설치된 건강보험 정부지원법 개정 관련 배너. 연합뉴스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1.49% 인상되면서 직장 가입자 보험료율이 7.09%로 사상 최초로 7%를 넘어선다. 이에 따라 직장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는 약 2000원 오른다. 반면 지역 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부과 점수당 금액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9월 시행되는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으로 내년 보험료가 2만 1000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직장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유리 지갑’만 봉이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인 ‘문재인 케어’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건보 재정 악화로 2024년 이후에도 건보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2023년 건보료율을 이같이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직장 가입자 건강보험료율은 올해 6.99%에서 내년 7.09%로 0.1%포인트 인상된다. 보험료율이 7%를 넘어선 것은 2000년 지역·직군별 의료보험이 단일 보험으로 통합된 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지역 가입자 보험료 부과 점수당 금액은 205원 30전에서 208원 40전으로 오른다.


이에 따라 직장 가입자가 부담하는 건보료는 올해 7월 기준 평균 14만 4643원에서 내년 14만 6712원으로 2069원 인상된다. 지역 가입자의 경우 세대당 평균 보험료가 현재 10만 5843원에서 내년 10만 7441원으로 1598원 올라간다.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건보 수입이 감소하고 수가 인상과 필수 의료 시행으로 지출은 늘어남에 따라 건보료율을 인상 조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복지부는 예년 수준으로 건보료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었지만 고물가 등으로 약해진 국민 부담 여력을 고려해 인상 폭을 억제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1.49%의 건보료율 인상 폭은 2018년 이후 최저치이며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평균 건보료 인상률 2.70%와 비교하면 1.21%포인트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직장 가입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2017년 대비 올해 건보료가 40% 가까이 오른 한 직장인은 “매달 30만 원 가까운 건보료를 떼어 가는데 내년에 더 떼 간다고 하니 해지할 수만 있으면 해지하고 싶다”며 “1년에 500번 넘게 병원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직장 가입자는 병원 갈 시간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을 통해 “기어이 건보료율을 인상한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국민의 부담을 생각했다면 보험료를 동결하거나 인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9월 1일 시행되는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으로 지역 가입자의 경우 건보료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든다는 점도 직장 가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는 이유다. 실제 내년 건보료율 인상으로 지역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는 1598원 올라가지만 9월 시행되는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을 적용하면 2022년 7월 대비 내년 평균 보험료는 2만 857원 내려간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취약한 건보 재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년 건보료에 이어 2024년 이후에도 건보료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지출 구조 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보험 적용 범위를 줄일 경우 강력한 저항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미 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을 다시 비급여로 전환하는 것은 단언컨대 어려울 것”이라며 “축소하는 순간 복지부의 업무는 민원 전화로 마비될 것이다. 과다 이용도 현실적으로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보 재정 건전화를 위한 해법은 국비 투입 또는 건보료율 인상뿐이다. 국비 투입은 재정 절감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만큼 결국 건보료율 인상이 유일한 해법으로 거론된다.


결국 건보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과감한 건보료율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법정 상한이 8%로 규정돼 있어 쉽지 않다. 법정 상한선을 더 높이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건보 재정 전망에 따르면 건보료율은 2026년 8%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한을 올리려면 건보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2024년 총선을 감안하면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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