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3역’으로 불리는 핵심 당직에 이해찬계 인사를 선임했다. 신임 사무총장에 5선의 조정식 의원을 임명하고 정책위의장에 재선인 김성환 의원을 유임시켰다. 지난 대선 경선 때부터 이해찬계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온 것을 고려한 인사로 해석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진행된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해찬 전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낸 조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 조직인 ‘광장’을 이 대표 지지 조직인 ‘민주평화광장’으로 재편하는 등 ‘신친명계’로 불린다.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선거대책본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대선에서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이 대표를 도왔다.
당초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됐던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이 ‘백의종군’의 의사를 밝히자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사무총장을 지내 당무에 밝은 조 의원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30일 조 의원을 만나 직접 사무총장직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조 사무총장은 정치 경험이 매우 풍부한 분으로 당무·정무·정책을 두루 거쳤다”며 “강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통합과 안정을 위한 사무총장인데 그 적임자”라고 말했다.
정책위의장에는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김 의원이 유임됐다. 김 의원은 이해찬 전 대표의 비서실장까지 지낸 대표적인 이해찬계다. 김 의원의 선임과 관련해 박 대변인은 “정책의 연속성에 가장 큰 방점을 뒀다”며 “정기국회가 다가왔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기국회를 앞둔 만큼 정책 연속성을 고려해 일단 김 의원을 유임하고 연말께 교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인사로 주요 당직의 대부분을 이해찬계가 차지하면서 사실상 친명계 중심의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당 대표 비서실장과 대변인에도 이 대표의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천준호·박성준 의원이 각각 임명된 바 있다. 다만 이 대표가 ‘탕평 인사’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 대표 측은 계파색이 옅은 김민기 의원에게 사무총장 유임을 제안했지만 김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 2명과 당 수석대변인 등 추가 당직 인선은 9월 2일에 이뤄질 계획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력과 능력을 중심으로 한 실용적인 인사를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탕평도 따라오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