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중국 TV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에 대해 “우리가 가진 기술을 다 따라왔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회사는 아직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하이엔드(최고 성능의 제품)·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펴 제품 우위를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백선필 LG전자 TV CX(고객경험)담당 상무는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에서 국내 기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백 상무는 “중국의 하이센스(Hisense)와 TCL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 TV 기술만 보면 우리가 가진 기술을 거의 90% 따라왔다”며 “TCL은 하이엔드 제품이 아닌 4K나 일반 TV는 동등한 수준이라고 본다. 다 따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LCD TV 경쟁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005930)가 당시 선두 기업이었던 소니를 따라잡았던 상황을 예로 들면서 “하이센스와 TCL은 중국에서 보면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관계와 비슷하다. 경쟁하면서 발전하고 있고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화질을 확보하면 굉장한 위협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술력 격차가 줄어든 LCD TV의 경우 “여전히 큰 시장이지만 수익성을 고려할 때 한국 업체가 투자할 가치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격차 유지 전략에 대해서는 ‘하이엔드’와 ‘고객 경험’을 언급했다. 백 상무는 “하이엔드 8K 제품이나 OLED TV에서는 아직 격차(갭)가 남아있다”며 “OLED는 기술 격차가 있어서 아직 중국업체가 만들지 못한다. 따라 오려면 몇 년 걸릴 것이고 프리미엄 시장의 수요가 있어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격차 확대를 위해) 기술을 갖고 뭔가를 해보려는 것보다 고객 경험으로 차이를 내는 걸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TV 외관을 갖고 하드웨어에서 차별화하는 것은 다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외관 싸움은 끝났다고 보고 쉽게 쓰고, 제품을 통한 경험이 어떻게 다른지에서 차이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IFA 전시에서 LG전자는 본격 출시가 임박한 97형(대각선 약 246㎝)의 OLED TV를 공개했다. 백 상무는 이번 제품을 LG전자가 만드는 OLED TV의 ‘최대 크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0인치 이상으로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일단 운송하기가 어렵고,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65~75인치 수준이다. OLED TV로는 97형이 최대치”라고 했다.
8K TV 제품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백 상무는 “시장 전망을 높게 봤다가 숨고르기를 하는 중인데 8K 콘텐츠가 별로 없어서 4K 시장 대비 속도가 느릴 것으로 본다”며 “과거 출시했다가 콘텐츠 부족으로 잠잠해졌던 3D TV 상황과 비슷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TV사업의 지향점으로 ‘고객경험 혁신’을 내세우면서 초대형·초경험·초개인화 등 솔루션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경험의 대표 사례로는 이번 IFA에서 공개한 벤더블 게이밍 OLED TV ‘플렉스’(FLEX)를 예로 들었다. 이 제품은 시청·게이밍 상황에 따라 화면의 휘어짐을 조절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초개인화 전략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라인업 확대 계획도 밝혔다. LG 스탠바이미, LG 올레드 오브제컬렉션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계속 늘려 고객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백 상무는 “포화돼 가는 TV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를 통해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를 불러와 전체적 수익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