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서 쥐라기로 다시 산악지대로…"시공간 넘나드는 영상 구현"

[다시 기업을 뛰게하자-혁신 현장을 가다]
<11> 뜨는 실감형 콘텐츠…비브스튜디오스 버츄얼 스듀디오
가로 27m·높이 7m 달하는 대형 LED 스크린서 작업
독자개발 'VIT' 솔루션 통해 생동감 넘치는 장면 연출
SKT 등 대기업들도 진출…시장 내년 400조 성장 전망

디지털 에셋으로 만들어진 티라노사우르스가 화면 속 영상에서 실시간으로 LED 속에 구현된 배경을 활보하고 있다. 사진 제공=비브스튜디오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비브스튜디오스 버추얼 스튜디오. 1160㎡ 규모의 널찍한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이내 가로 27m, 높이 7m에 달하는 U자형의 거대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눈앞에 펼쳐졌다. LED 스크린이 둘러싼 암석밭 세트장, 실시간으로 촬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왼쪽 옆에 설치한 평면 스크린 외에는 별다른 소품이 없어 약간의 황량함마저 느껴졌다. 오로지 두 명의 감독들이 카메라 옆에 붙어 분주하게 스텝을 밟으며 촬영 준비에 임했다.



전북 부안 채석강변이 화면 속에서 순식간에 노을 진 늦저녁부터 동트는 새벽녘, 또 밤 시간대로 바뀐다. 정다은 기자

잠시 후 불이 꺼지고 LED에 배경이 뜨자 순식간에 적막한 스튜디오가 붉은색 적막이 감도는 화성 로켓기지로 탈바꿈했다. 홀로 남겨진 우주인이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기던 화성은 이내 티라노사우르스가 뛰노는 고대 쥬라기 공원으로, 또 추락한 헬리콥터의 잔해가 뒹구는 산악 지대로 변했다. 새로운 배경을 띄우고 촬영이 시작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3~5분 안팎에 불과했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비브스튜디오스 버추얼스튜디오의 내부 전경. 사진 제공=비브스튜디오스

비브스튜디오스는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버추얼 프로덕션 통합 제작 솔루션 ‘VIT’를 시연회에 활용해 더욱 생동감 넘치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VIT는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를 융합 고도화한 영상 제작 솔루션이다. 카메라와 컴퓨터그래픽(CG) 공간을 동기화, 실시간으로 합성·투사해 현장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조명, 정교한 반사각, 세밀한 자연환경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다. 돌만 나뒹굴던 공간에 실시간으로 나무를 심고, 석양이 드리운 전북 부안의 채석강 변이 일출 시간, 하늘에 별이 수놓인 밤 시간으로 바뀌기도 한다.


비브스튜디오스는 올해 1월 설립한 AI랩에서 연구개발(R&D)한 △디에이징 △페이스 스와핑 등의 버추얼 휴먼 기술도 구현했다. 노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30년은 젊어지고, 영상 속에 나타난 백인이 손가락을 한번 튕기자 마법을 부린 것 마냥 순식간에 동양인의 얼굴로 바뀌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2003년 CG 전문 회사로 시작해 최근 들어 확장현실(XR), 증강현실(AR) 등 실감 콘텐츠를 제작하는 버추얼 프로덕션 전문 기업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세상을 먼저 떠난 어린 딸을 가상현실에서 다시 구현한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하이브 BTS 오리지널 스토리 영상 협업, 20대 대선 개표 방송 전직 대통령 복원 등 다수의 굵직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 결과 지난해와 올해 각각 SK텔레콤(017670)·비덴트(121800) 등 전략적 투자자(SI)의 투자를 유치하며 버추얼 프로덕션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근 상장 주관사로 하나금융투자를 선정하고 내년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기도 하다.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에 위치한 비브스튜디오스 버추얼스튜디오의 외부 전경. 사진 제공=비브스튜디오스

버추얼 프로덕션이란 실시간 3D 시각 효과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가상 환경의 영화·드라마·공연 등을 실감형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을 일컫는다. 배우가 청색·녹색 스크린 앞에서 연기한 뒤 CG 배경을 합성하는 기존의 ‘크로마키’ 제작 방식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고품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해외 로케이션 등 대면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유력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K콘텐츠 위상이 역대급으로 높아진 상황인 만큼 버추얼 스튜디오는 1년 내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설비가 좋은 버추얼 스튜디오는 예약이 빈 때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라고 전했다.


업계가 호황을 맞이함에 따라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을 위해서는 대형 LED 벽에 실시간으로 3D 배경을 투영한 후 배우와 배경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버추얼 스튜디오가 필수적이다. SK텔레콤은 2020년 혼합 현실 제작소 ‘점프스튜디오’를 본사 T타워로 확장 이전한 데 이어 6월 판교에 3050㎡ 규모의 버추얼 스튜디오인 ‘팀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CJ ENM도 올 6월 경기 파주에 버추얼 스튜디오를 포함한 총 21만 381㎡ 규모의 스튜디오 센터를 완성했다. 총 투입 비용만도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에프앤씨의 디지털 휴먼 ‘리나’. 사진 제공=넷마블

‘메타버스 원조’인 게임사도 버추얼 스튜디오에 뛰어들고 있다. 게임 캐릭터 개발력을 활용해 ‘버추얼 휴먼’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넷마블에프엔씨는 광명역 인근에 올해 준공을 목표로 VFX연구소를 짓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K팝 가상 아이돌 그룹을 개발할 예정이다. 컴투스도 국내 첫 공상과학영화 ‘승리호’를 제작한 위지윅스튜디오를 지난해 인수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버추얼 프로덕션에 투자하면서 시장 규모 또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실감형 콘텐츠 시장 규모가 내년 11조 7000억 원으로 지난해(2조 8000억 원)보다 5배가량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감형 콘텐츠 세계 시장 규모가 2017년 약 33조 원에서 2023년에는 411조 원으로 연평균 52.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