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美 판매량 '뚝'…IRA 여파 현실화?[뒷북비즈]

현대차·기아 9월 미국 판매량 3533대
8월 (4078대), 7월(4966대)보다 감소
美서 'IRA 수정' 여론…상황 주시해야


헌대차와 기아의 9월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전달 대비 13% 줄었다.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여파가 현실화한 것이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9월 미국에서 353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8월 판매량(4078대)보다 13% 줄어든 수치다. 7월(4966대)보다는 29%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달 1306대가 팔렸다. 8월(1517대)보다 14%, 7월(1984대)보다는 34% 덜 팔린 것이다. 기아 EV6도 지난달 미국에서 8월(1840대)보다 22% 감소한 1440대가 판매됐다. 7월(1716대)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16% 줄었다.


업계에서는 IRA로 현대차·기아에 주어지던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면서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IRA가 곧바로 시행됐고, 이 시점부터 아이오닉5와 EV6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다. 2023년형 포드 머스탱 마하-E는 시작 가격이 4만 7000달러(약 6700만 원)인데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적용하면 가격이 3만 달러 후반까지 낮아진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보급형 모델과 가격이 비슷해지는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의 9월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IRA에 따른 영향이 맞다고 본다”며 “테슬라 모델3 등 경쟁 차종의 가격이 더 저렴해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현대차·기아 제품의 구매 결정을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판매량은 전월이 아닌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월마다 영업 일수가 다르고 수출되는 물량에도 차이가 있는 탓이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9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28% 늘었다. 하지만 7~8월만 해도 전년 대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100%를 넘긴 점을 고려하면 IRA 시행 이후 증가세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IRA가 9월 판매 실적에 미친 영향은 없다. 이미 몇 달 전에 계약한 물량이 선적돼 지난달에 판매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IRA가 현행대로 유지되면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까지 타사와 불리한 경쟁을 지속해야 한다. 다만 우리 정부와 업계의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미국 정계 곳곳에서 IRA를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소속인 래피얼 워녹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은 IRA의 북미 생산 조건을 2025년 말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KOTRA 워싱턴무역관도 현지 전문가를 인용해 IRA 원산지 규정의 전면 시행이 연기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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