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코인' 추적하고 NFT 1억개 동시발행…'유니콘' 줄줄이 탄생

[블록체인, 보이지 않는 고릴라를 찾아라]
<2> 美 블록체인 생태계의 무한확장
데이터분야 끝판왕 '체이널리시스'
기업 테러자금조달금지 솔루션 공급
고객사 700곳에 기업가치 86억弗
NFT 대중화 견인 '문페이' '폴리곤'
美 블록체인기업, 다방면서 두각
거래소 편중된 국내 상황과 대비

6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NFT.NYC' 행사장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미국 최대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 본사는 마천루들이 숲을 이루는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자리했다. 인터뷰 장소인 18층에 들어서니 확 트인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피스 어디서든 맨해튼이 내려다보이는 통창 구조와 널찍한 공간 배치에서 1등 기업의 여유를 체감했다. 뉴욕의 복판에 선 듯한 이 느낌은, 블록체인이 세계 주류 산업의 중심부에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점을 절감하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 700개가 넘는 민·관 고객사를 둔 체이널리시스의 기업가치는 무려 86억 달러(약 12조 3238억 원). 블록체인 생태계 위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고루 성장하는 미국의 현재 모습이다.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해서 나오는 암호화폐 시장에 발맞춰 혁신적 솔루션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습니다.” 사리 그라나트 체이널리시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체이널리시스의 장점을 남다른 시장 적응력에서 찾았다. 2014년 설립된 체이널리시스는 블록체인 데이터의 ‘끝판왕’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데이터 기반의 폭넓은 업무 영역을 자랑한다. 일반을 대상으로 투자 조언을 내놓는 것은 물론 사법기관을 도와 코인으로 둔갑한 범죄 자금을 추적하거나 금융사를 대상으로 테러 자금 조달 금지 솔루션을 공급한다. 블록체인 데이터 기업이 다룰 수 있는 최고 난도의 과제들을 앞장서 풀어내며 입지를 굳혔다. 체이널리시스는 최근에는 미국 의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디지털 자산 규제 등 각종 제도화의 기틀을 닦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를 비롯해 미국에서 만난 블록체인 기업들은 다민족·다인종 국가의 특징을 그대로 닮았다.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암호화폐거래소만 두각을 보일 뿐 다양한 기업의 영향력이 미미한 국내와는 확연히 대조됐다. 이스라엘에 근거지를 둔 스타크웨어는 뉴욕으로 각국 수재들을 불러 모아 이더리움 블록체인 확장성 플랫폼인 ‘스타크넷’을 가르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스타크넷은 이더리움 위에 한 겹의 블록체인을 더 쌓아 성능을 개선하는 레이어2 솔루션이다. 많은 레이어2 솔루션이 서로 우위를 점하려 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스타크웨어는 차별화 전략으로 개발자 육성을 선택했다. 유능한 개발자가 많아지면 스타크넷상에서 작동되는 독보적인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스타크넷 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미국은 물론 캐나다·중국·한국 등지에서 청년들이 모였다.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뉴욕행을 택한 한기욱 씨는 “스타크넷이 레이어2 솔루션 중 가장 유망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한 씨가 이끄는 팀은 개발 실력을 겨루는 스타크넷 해커톤 행사에서 체스 게임을 선보여 전 세계 3등을 차지했다. 교육의 성과가 빛을 발한 셈이다.


대체불가토큰(NFT)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채롭다. NFT를 투자 자산에 한정 짓지 않고 음악이나 영화·스포츠·소셜미디어 등 다방면에서 활용하자는 논의가 이어지는 한편 커뮤니티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NFT가 널리 쓰이는 현상을 포착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줄을 이었다. 암호화폐 결제 스타트업 문페이는 한 번에 NFT 1억 개를 발행할 수 있는 토털 솔루션 ‘하이퍼민트’를 내놓았다. 기업이나 특정 브랜드, 크리에이터가 최근 NFT에 관심 가진다는 점을 겨냥해 NFT 비즈니스 문턱을 낮춰주는 도구다. 하이퍼민트를 이용하면 NFT 발행에서부터 2차 수수료 책정, 신용카드 결제 등 종합 서비스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이더리움 기반 위에 태동한 ‘폴리곤’은 폴리곤 스튜디오를 출시하고 게임과 메타버스·NFT를 겨냥한 체인 대중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에서 돈 버는(P2E·play to earn) 방식의 NFT 게임이 금지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국내 기업과 파트너십을 사업 모델로 삼은 미국 블록체인 게임사도 나타났다. 미티컬게임즈는 최근 영국과 스웨덴에 이어 한국에 사무소를 설립했다.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국내 게임사와 본격적으로 협력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매트 너트 미티컬게임즈 COO는 “한국 정부가 (게임 허용으로) 마음을 바꾸기 바란다”며 “역으로 한국에서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과 손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티컬게임즈는 카카오게임즈·컴투스·라인 등 국내 기업과 잇따라 협업 관계를 맺고 함께 미토스 재단을 출범시켜 본격적인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국내 기업이 보유한 지적재산권(IP)의 해외 시장 공략을 지원하며 동서양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는 게 목표다.


블록체인 기술이 무한한 상상력과 만나 광범위한 분야에서 꽃을 피우기까지는 블록체인 기술에 개방적인 정부 기조가 큰 역할을 했다.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은 “규제가 창의성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웹 3.0과 미래 기술 등에 가치를 부여하는 기업에 포용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