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가 야심작으로 꼽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헤드셋 '퀘스트 프로'를 내놨다. 지난해 10월 주력 사업 방향을 메타버스에 집중하겠다며 메타로 사명 변경을 한지 일 년 만이다. 메타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중간 평가하는 시간으로 기대감이 모였지만 신제품 발표 후 메타 주가는 4% 이상 폭락했다.
11일(현지 시간) 메타는 리얼리티랩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연례 행사인 '커넥트 2022'를 열고 1499달러(약 215만원)의 퀘스트 프로를 공개했다. 한국에서는 219만원에 출시되며 이달 25일부터 공식 판매를 시작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VR의 가장 큰 장점은 실물 세계의 한계를 넘어선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당신이 어디에 있든 원하는 대로 완벽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조건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는 2020년에 출시한 히트작 오큘러스 퀘스트2를 당시 299달러(약 42만원)에 출시했지만 이번에 전문가용인 퀘스트 프로는 퀘스트2의 5배가 훌쩍 넘는 가격을 책정했다. 메타는 퀘스트 프로를 기존 제품과 달리 전문가용으로 내세운다는 점을 강조했다. 퀘스트 프로를 내놓으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메타버스 시대를 본격 준비하는 차원에서 기술적 한계를 크게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눈빛, 표정 곧바로 아바타에 반영
우선 내부 카메라를 통해 이용자의 시선과 표정 및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에서 이용자가 눈을 깜빡이거나 눈썹을 찡그리거나 코를 찡긋하는 표정 등을 이용자의 아바타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바타들이 보다 생동감 있게 실제로 대화하는 것처럼 소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입술을 깨물거나 혀를 내밀거나 하는 행동은 감지하지 못한다.
또 하나 기술적 혁신을 이룬 부분은 기존과 달리 완벽한 색채감을 입힌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흑백 화면만 가능했던 것과 달리 현실감을 크게 확보한 것이다.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R 환경에서의 실재감을 느끼게 하는 데 중요한 단계로 여겨진다. 실제 벽에 가상의 그림을 걸고 평행을 맞춰 못을 박는 등의 행동이 가능해진다. 동시에 렌즈의 두께를 40% 가량 줄이고 주변 시야를 크게 넓혔다. 또 눈 하나당 1800X1920 픽셀의 LCD 패널을 장착했는데 기존 제품 대비 10% 더 많은 픽셀을 탑재하고 75% 높은 명암 대비를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MS 팀즈도 퀘스트 프로에서 가능
눈에 띄는 부분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외부 협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고 퀘스트 프로를 통해 MS의 협업 툴인 팀즈, MS오피스를 비롯해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의 클라우드 게임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직장 내에서도 VR을 기반으로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점을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가격, 배터리 성능은 여전히 의문
다만 여전히 완전한 수준의 혼합현실(MR)을 구현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는 점이 시장 성숙 속도의 한계로 꼽힌다.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이날 더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2~3년 안에 시장이 무르익는 그런 종류의 플랫폼은 아니다"라며 "다음 컴퓨팅 플랫폼의 역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지금까지 구축된 MR 플랫폼 중에는 가장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이용자들을 제외하고는 이용자들이 퀘스트 프로 구매를 관망할 가능성도 높다. 가장 크게 발목을 잡는 부분은 가격이다. 1499달러로 책정된 퀘스트 프로의 경우 지난 달 출시된 아이폰14 프로 맥스 512GB(1399달러)의 가격보다 비싸다. 또한 상당수 이용자들이 오큘러스 퀘스트2와 같은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수요에 머무는 만큼 이들을 당장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장애물은 배터리 성능이다. 퀘스트 프로가 이번에 내장형 배터리를 채택하며 충전형으로 바꿨지만 최대 활용 시간은 대략 1~2시간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회의를 하려고 해도 하루에 충전 없이 최대 두번 만 가능하다는 점이 오히려 판촉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무 환경에서도 문제 없이 활용되기 위해서는 배터리 성능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이날 메타 주가는 4%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열린 커넥트 2021에서 저커버그 당시 페이스북 CEO는 “우리는 데스크톱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문자에서 사진과 비디오로 변화해왔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라며 “메타버스가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며 메타의 청사진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신제품을 통해 메타버스 시장의 성숙도를 가늠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