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무료 이용자 일괄 보상도 검토"

◆국감장에 선 네카오 오너들
9일만에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
"화재 안내 늦었다" SK와 신경전
먹통 피해신고 닷새 만에 4.5만건
이해진 "서비스 불편 최소화할것"
뒤늦게 출석한 최태원 "고객사에 죄송"
금감원 "카카오페이 이중화 미비"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카카오 장애에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먹통(서비스 장애) 사태 9일 만에 공식 석상에서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했다. 다만 사태 수습 후 정치권과 업계의 최대 관심사가 된 카카오톡 등 무료 이용자 피해보상대책에 대해서는 그도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무료 이용자의 피해를 일괄적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포함해 폭넓은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 서비스에 대해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카카오도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2018년부터 데이터센터 투자를 결정했지만 시간이 걸려 준비를 미처 다 하지 못했다. 이유 불문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과방위는 김 센터장을 포함해 홍은택 카카오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책임자(GIO), 최수연 네이버 대표, 장동현 SK 부회장, 박성하 SK C&C 대표 등 지난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를 일으켰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의 관련 기업 관계자들을 일반증인으로 불렀다.


◇이용자와 협의체 구성…‘말뿐인 사과’ 지적=과방위 의원들은 김 센터장의 거듭 사과에도 무료 이용자 피해보상 대책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유료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피해보상은 약관이나 그 이상으로 지급했거나 지급을 준비 중”이라며 “무료 서비스 이용자 피해보상은 전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다. 피해사례를 접수받는대로 피해 이용자 측과 협의체를 만들고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무료 이용자 피해신고 접수를 받고 있다. 이날까지 약 4만 5000건이 접수됐다. 멜론(음원 스트리밍), 카카오T 프로멤버십(택시기사용 유료 서비스) 등 유료 서비스는 구독일 연장이나 일부 환불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메신저·간편결제·택시 호출 등을 이용하지 못해 생긴 자영업자·택시기사의 영업상 간접 피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홍은택·남궁훈 대표 간담회에 이어 이날 김 센터장도 원론적인 답변을 하자 의원들이 이를 지적한 것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무료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카카오 서비스 전체의 뿌리”라며 “2018년 KT 아연지사 화재 사례와 같은 일괄 보상 방식을 검토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김 센터장은 “그런 부분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KT는 2018년 화재로 카드 결제를 이용 못한 소상공인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보상금을 지급했다.


◇‘SK 책임’ 언급·‘네이버 수준 인프라’ 약속=김 센터장은 “데이터센터 화재가 난 시점에 (SK C&C 측으로부터 화재 사실의) 안내 메시지를 받기 전에 (그곳) 2층에 있었던 서버 1만6000대가 정전됐다”며 “안내를 받은 건 그 이후이기 때문에 (안내가 사고 대응에) 의미가 없었다”고 했다. 최근 카카오와 SK C&C는 사고 사실의 공유 시점을 두고 책임공방을 벌이고 있다. SK C&C가 카카오와의 통화내역까지 공개하며 운영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김 센터장이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센터장은 다만 카카오의 대응도 미흡했다는 의원들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앞으로 (데이터센터에) 더 많이 투자해 네이버나 글로벌 기업 수준의 (서비스) 안정성을 갖추는 걸 목표로 하겠다”며 “다만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장은 서비스 장애 발생 시 신속히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사태를 계기로 거론되고 있는 ‘김범수 역할론’에 대해 “제가 (카카오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저 없이 돌아가는 구조가 정착됐다”고 답했다.


이해진 네이버 GIO도 “저희 서비스도 일부 장애가 있었던 것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점검하고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하 SK C&C 대표도 데이터센터 운영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이용자나 고객사의 피해보상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카카오페이의 서버 이중화가 미비했다고 판단할 여지가 크다"며 "카카오뱅크 역시 대출과 이체 등 기능에 지장이 생긴 것은 심각하다"고 지적해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금융권의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오후 8시 30분 뒤늦게 증인 출석해 “이번 정전 사태 관련해 많은 책임 느낀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고, 또 이에 따라 피해 보신 많은 사용자 여러분 그리고 저희 다른 고객사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SK그룹 전체 차원에서 이 사태를 최대한 잘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글로벌 행사 참석과 준비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과방위의 고발 경고에 결국 국감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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