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中 5대 빅테크, 시총 하루새 75조 증발

시진핑 1인 권력 강화 공포감에
알리바바·핀둬둬 주가 두자릿수↓
텐센트뮤직은 장중 18% 떨어져
홍콩H지수도 하락세 가팔라
일각 "4600선까지 밀릴수도"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뉴욕 증시에서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홍콩 증시도 시진핑 1인의 권력 강화에 대한 불안이 외국인의 ‘패닉 셀링(투매)’으로 이어져 하루 만에 6~7%씩 폭락한 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는 중국 정부에 대한 시장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 H지수가 4600 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 시간) 금융 정보 업체 팩트셋 등을 인용해 미국에 상장된 5대 중국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하루 사이 521억 7000만 달러(약 75조 2000억 원) 증발했다고 전했다. 기업별로는 알리바바 시가총액이 21일 1877억 9000만 달러에서 이날 1663억 4000만 달러로, 핀둬둬의 시총은 같은 기간 739억 1000만 달러에서 557억 2000만 달러로 각각 줄었다. 이 밖에도 징둥닷컴이 649억 7000만 달러에서 564억 1000만 달러, 차이나텔레콤은 467억 5000만 달러에서 460억 70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넷이즈 시총은 이날 389억 5000만 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3억 달러 줄었다.


주가가 폭락한 중국 기업들은 대부분 빅테크주들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가 장중 19% 이상 떨어지다가 12.5%에 하락 마감했고 핀둬둬는 24.6% 폭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텐센트뮤직은 장중 18%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4.0% 하락으로 마감했다. 미국에 상장된 65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나스닥 골드만 드래곤차이나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골든 드래곤 차이나’ 상장지수펀드(ETF)는 14.5% 급락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이 같은 투매는 수년간 중국 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민간 경제를 옥죈 시진핑 체제의 정책이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공포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홍콩 증시는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외국인의 패닉 셀링으로 하루 만에 홍콩 항셍지수가 6.26%, 홍콩H지수가 7.3% 급락해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가는 미국·홍콩 증시를 통한 중국 주식 투자에 신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비중이 높은 H지수는 4600 선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지수가 5100 선인 점을 고려하면 10% 가까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 반응하는 충격 강도는 홍콩 증시 낙폭이 가장 크게 형성됐던 2016년 중국 미니 외환위기 당시를 고려해야 할 정도”라며 “현재 이익 레벨을 고려할 때 1차 지지선은 4953(PER 기준 0.74배), 2차 지지선은 4616(0.69배)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중앙정부의 별다른 지원 방안이 없다면 홍콩 증시는 2023년 3월 양회 이전까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향후 중국 주식은 본토 증시에 집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지금의 폭락세가 오히려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수석전략가는 기업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중국 주식들에 대한 투매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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