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도 우리 경제가 무역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달 상순에도 수입이 좀체 줄지 않는 가운데 수출마저 전년 동기 대비 3%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상품인 반도체,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 향하는 물량이 동시에 급감한 영향이 컸다.
11일 관세청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무역수지가 20억 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월간 무역수지는 4월부터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올 들어 쌓인 무역적자는 이미 376억 달러까지 불어나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1996년 206억 240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달 무역적자를 키운 원인은 수출 부진이다. 수출은 177억 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이달 말까지 수출이 반등하지 못하면 수출은 두 달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월간 기준 수출은 지난달 5.7% 줄며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큰 폭으로 꺾인 점이다.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6.9%나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8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뒤 석 달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D램(8GB) 현물 가격이 연초 대비 32.8%(10월 기준) 빠지는 등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진 영향이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철강(-10.9%)과 무선통신기기(-13.2%), 가전제품(-24.5%) 수출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은 각 31.8%, 16.6% 증가했다.
주요 제품 판매가 부진한 것은 최대 시장인 중국 경기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이달 1~10일 대중(對中) 수출은 전년 대비 25.4% 감소했다. 중국의 경기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종합구매관리자지수(PMI)를 살펴보면 9월 50.9에서 10월 49로 내려앉았다. 제2교역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21% 늘기는 했지만 중국 수출 감소 폭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입액은 경기 둔화 영향으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수출액을 웃돌았다. 이달 10일까지 수입은 197억 5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