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이미지 벗고 왕 연기…"관객들 웃으면 어쩌나 걱정"

[영화 '올빼미' 주연 유해진]
맹인 침술사가 세자 죽음 목격하며
하룻밤 사이 벌어지는 사투 그려
'왕의남자' 조감독이 메가폰 잡아
"예전 생각 많이 나고 감회 새로워"

친근한 이미지 벗고 왕 연기…관객들 웃으면 어쩌나 걱정
영화 ‘올빼미’ 주연 배우 유해진. 사진 제공=NEW

배우 유해진이 23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에서 조선 시대 인조 왕 역할로 오랜만에 인상적인 ‘이미지 뒤집기’를 보여준다. ‘왕의 남자’의 육갑이를 비롯해 사극에서도 주로 서민 역할을 소화했던 그가 궁궐에서 곤룡포를 입은 모습부터 이채롭다. 게다가 소화하는 캐릭터도 그간 구축했던 넉살 좋고 친근한 이미지와 달리 의심과 피해의식, 질투심에 사로잡혀 졸렬한 왕이다. 그가 두 달 전 개봉했던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연기했던 서민적인 형사 강진태와 비교하면 극과 극 수준이지만, 연기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친근한 이미지 벗고 왕 연기…관객들 웃으면 어쩌나 걱정
영화 ‘올빼미’ 속 인조를 맡은 유해진의 모습. 사진 제공=NEW


개봉에 앞서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난 유해진은 “영화에서 첫 등장이 중요한데, 관객들이 내 모습을 보면 웃으면 어쩌나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연출한 안태진 감독은 ‘왕의 남자’ 조감독 출신으로 오랜 인연이 있는데, 유해진은 캐스팅 제안을 받고 “왜 하필 나냐, 괜찮겠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에 감독으로부터 ‘똑같은 왕의 이미지라도 형이 하면 조금은 다른 모습이 나올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고, 그 이후 ‘왕 같지 않은 왕’을 만들게 됐다. 수염은 일반적인 왕보다 짧게 하고, 곤룡포는 늘 풀어헤친 상태로 다니면서 자세도 항상 꼿꼿하게 정자세로 있는 여느 왕들과 달리 하면서 찌질한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친근한 이미지 벗고 왕 연기…관객들 웃으면 어쩌나 걱정
영화 ‘올빼미’의 한 장면. 극중 유해진은 의심과 질투심에 사로잡힌 졸렬한 인조를 연기한다. 사진 제공=NEW

유해진이 이번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인간의 욕망이다. 그는 극중 인조의 욕망에 대해 “복합적인 것 같다. 질투일 수도 있지만 권력욕, 아들과 자기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으면서는 “작품 속 장면과 상황에 녹아들기 위해 당시 역사적 상황 정도만 참고했을 뿐 인조가 등장했던 매체를 참고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올빼미’는 소현세자의 죽음 당시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는 언급 속 미스테리를 모티브 삼은 영화다. 밤에만 앞이 보이는 주맹증을 앓는 맹인 침술사 경수(류준열)가 세자(김성철)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장르다. 유해진은 류준열에 대해 “극을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점점 강해진다고 느꼈다”고 말했고, 김성철에 대해서는 “그 전까지는 몰랐던 배우인데 평범한 대사조차 잘 하는 게 너무나 좋았다”고 칭찬했다.



영화 ‘올빼미’의 한 장면. 사진 제공=NEW

안 감독과 함께 했던 ‘왕의 남자’로부터도 17년이 흘렀다. ‘올빼미’를 찍은 전북 부안에서 ‘왕의 남자’도 촬영했다. 유해진은 “육갑이 역할로 돌바닥에 엎드렸던 기억이 생생한데 인조가 돼서 그 바닥을 내려다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 사이 배우로서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 특별한 소회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저 ‘잘 버텨왔구나’ 하는 정도다. 17년간 잘 버텼으니 지금이 있는 거겠지”라고 말했다.



영화 ‘올빼미’에서 유해진이 연기한 인조는 곤룡포도 풀어헤친 채 왕 같지 않은 왕을 표현한다. 사진 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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