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세모자 살해' 비정한 父…국민참여재판 신청했다

아내와 10대인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40대 A씨가 지난달 2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안산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광명시에서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내와 두 아들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따르면 지난 17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5)는 최근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사 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세 이상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한 배심원들이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는 제도다. 배심원 유·무죄 평결과 양형 의견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재판부는 이를 선고에 참작한다.


재판부는 공판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모든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의사를 확인하는데, A씨가 희망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다.


다만 국민참여재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희망 의사를 밝혔다가 나중에 변호인을 통해 철회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4시 심문기일을 열고 A씨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 10분께 자신의 집인 경기도 광명시 한 아파트에서 아내(42)와 두 아들이 평소 자신을 무시하고 대든다고 생각해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로 이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년 전 실직한 후 아내와 경제적 문제로 자주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얘기가 오가는 등 가정불화가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지난달 3일 큰아들(15)이 자신의 슬리퍼를 허락 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만으로 폭언한 뒤 가족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살해 직전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집으로 들어간 뒤, 큰아들과 아내, 작은아들(10)을 차례로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후 인근 PC방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집으로 돌아와 "외출하고 오니 가족들이 칼에 찔려 죽어있다"라며 울면서 119에 신고했으나, 경찰 수사로 증거가 드러나자 범행을 시인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다중인격이라고 주장했지만, 대검찰청 통합심리분석 결과 이는 모두 거짓으로 판정됐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