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맞춤 건기식 안전·활용 '두 토끼' 잡아야

김영준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학과장) 교수
규제특례 넘어 법제화 속도
위생관리 등 기준 정립하고
과감한 규제혁신·파격 지원
건기식 시장 한단계 도약 필요

김영준 고려대 식품생명공학과(학과장) 교수

1859년 영국 산업도시인 맨체스터에 최초의 놀이터가 설치된 후 그네, 미끄럼틀, 모래놀이터(샌드박스) 등이 구비된 전형적인 놀이터가 등장했다. 이제는 주변에서 놀이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적어도 놀이터에서만큼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놀이터의 샌드박스에서 착안한 것이 바로 ‘규제샌드박스’다.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현행 제도에서는 어렵지만,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시장에 우선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산업을 안정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정부는 2020년 개인의 생활습관?건강상태에 대한 상담을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을 개인에 맞게 소분?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제샌드박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개인 특성을 고려한 건강기능식품이 정기구독 플랫폼 방식 등으로 시판되고 있다.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은 이미 북미, 서유럽, 일본 등에서는 활성화된 시스템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제품 판매를 위한 마땅한 제도가 없었기에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기업들은 기술과 유통채널 등에 투자를 강화하거나 알고리즘 개발, 데이터분석 기술 등을 겸비한 스타트업과의 협업 등으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업계는 하루빨리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건강기능식품이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나에게 맞는’ 고품격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기대감과 소분 형태가 주는 편리함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코로나19로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의 수요도 더욱 커졌다. 그렇기에 이제는 규제샌드박스 울타리 내에서의 활동을 넘어, 보다 넓은 운동장을 펼쳐주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는 현재 관련 법령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제기된 다양한 안전관리 이슈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은 단순히 소분과 포장이라는 개념을 넘어 대량으로 여러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한달 분량으로 구입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전문가 상담을 통해 최적의 추천이 이루어지므로 건강도 개선할 수 있는 신개념 식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따라서 소분 시 위생관리, 건강기능식품 제형에 따른 포장재 사용 등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과학적 근거 제시와 전문인력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덴마크 건축학자 칼 테오도르 쇠렌센(Carl Thodor SØrensen)은 역설적이게도 “놀이터가 없는 공간이 바로 가장 이상적인 놀이터”라고 말한다. 우리는 지금 규제샌드박스 안에서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의 실증적 경험을 하고 있지만, 규제샌드박스의 성공적 결과를 논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정부는 보다 과감한 규제혁신과 파격적 지원으로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의 안전과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 국민 건강증진과 국가 바이오헬스 산업의 주역이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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