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시장 안정 위해 필요" vs 트러스톤 "주주대표소송 할 것" [시그널]

흥국생명 4000억원 증자 놓고 날선 대립
여론 주시 속 태광산업 이사회 일단 연기



태광산업(003240)이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에 4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자, 태광산업 소수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상법을 위반했다면서 이사회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내겠다며 압박했다. 반면 태광그룹은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결단이며, 내용 역시 손해 보는 투자가 아니라고 맞섰다. 양측의 공방이 치열해지자 13일 예정한 이사회는 연기됐다.


이날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이사회를 열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약 4000억 원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이사회를 14일 오전으로 연기했다. 앞서 흥국생명은 6일과 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위한 실무 절차인 정관 변경을 마쳤다.


태광산업의 증자는 흥국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으로 5600억 원을 시중은행 등을 통해 급하게 조달하면서 이를 메워주기 위한 조치다.


태광산업은 9월 말 기준 보유한 현금성 자산만 6251억 원에 달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흥국생명이 조기 상환 번복으로 실추된 국내 신용도 회복을 위해 태광그룹 차원에서 지원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제는 상장사인 태광사업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반면 흥국생명은 이 회장이 56.3%를 들고 있고 나머지도 회장 일가와 대한화섬 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태광산업의 주주들은 이 회장을 위해 희생을 강요 당했다고 주장했다.


태광산업의 지분 5.8%를 들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는 상법 위반이라면서 이사회가 찬성할 경우 주주대표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트러스톤 측은 “상법상 상장사가 지분 10% 이상을 소유한 주요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자금 지원 성격의 증권 매입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투자업계에서 상환전환우선주는 투자금 상환권이나 주식 전환권이 회사에 있으면 자본, 투자자에 있으면 부채로 분류한다. 부채로 분류할 경우 상법이 규정한 신용공여에 해당할 수 있다.


트러스톤은 또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가 고가로 주식을 인수하면 부당지원행위로 규제한다. 트러스톤은 흥국생명의 태광산업으로부터 증자를 받기 전에 다른 투자자에 투자 유치 노력을 하지 않았고, 태광산업은 더 많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보험사가 있는데도 흥국생명에 투자하는 점을 근거로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측은 “태광그룹은 시장의 신뢰 회복을 바라는 금융당국과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모기업인 태광산업을 중심으로 흥국생명 증자에 참여하겠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태광 측은 “흥국생명은 신용등급과 보험금 지급 능력 모두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증자 참여 시 6% 후반의 안정적인 배당 수익과 공정가치 재평가에 따른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회장을 향한 비난에 대해 ‘마녀사냥식 비판’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사회 구성원에 접촉을 시도하거나 법적조치를 운운한 것은 이사회의 정당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것” 이라면서 트러스톤운용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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