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1월 팔레비 왕조의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해협 부근 소툰브와 대툰브 섬을 점령했다. 아랍 토후국 연방체인 아랍에미리트(UAE)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정식 출범하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 토후국 라스알카이마의 경찰이 저항했지만 쉽게 무너졌다. 하루 뒤에는 이란군이 인근의 아부무사 섬에 상륙했다. 토후국 샤르자의 땅이었다. 이란 총리는 페르시아에 공물을 바쳤던 토후국 역사를 내세워 이들 3개 섬에 대한 주권 회복을 선언했다. 영국은 이 섬들의 관할권을 과거 이곳을 다스렸던 토후국들에 넘기려 했지만 이란이 차지해버린 것이다.
이 섬들은 가장 큰 아부무사가 12㎢의 면적으로 대청도와 비슷할 정도로 보잘 것이 없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은 반드시 인근 해역을 지나야 해 선박에 대한 감시·통제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다. 페르시아만에서 나가는 배는 툰브와 아부무사 사이, 들어오는 배는 툰브와 이란 사이 해역을 지난다. 게다가 인근 해역 대륙붕에는 원유가 대량 매장돼 경제적으로도 포기할 수 없는 땅이다. 국력이 절대 열세에 놓인 UAE는 유엔을 통한 외교·평화적 회복을 추구해왔지만 해결에 실패했다. 아부무사라는 이름은 페르시아와 싸우기 전 이곳에 머물렀다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동료 아부 무사 알 아사리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계기로 발표된 중국·걸프협력위원회(GCC)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중국이 이 섬들과 관련된 영토 분쟁에서 UAE를 지지하고 이란의 핵 개발 견제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란 외교부는 이란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내정간섭”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친중 성향의 이란이 중국 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례적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원유 결제통화로 위안화를 허용하면서 중동 외교의 지평이 급변하고 있다. 사우디는 중국과 가까워지고, 이란은 중국과 멀어지고, 미국과 사우디의 사이는 벌어지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 관계는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이합집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치 동맹으로 중심을 잡더라도 국익을 위한 정교한 실용 외교가 요구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