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만 키웠다”…中, 보조금 살포식 반도체 육성책 수정하나

블룸버그 “中 내부서 반도체 보조금 회의론 고개”
10년간 수십조원 쏟아붓고도
美와 대등한 경쟁력 확보 실패
성과는커녕 기술 실체도 없어
리베이트 수수 등 부패도 만연
재정에도 부담, 정책 변화 조짐


# 지난해 7월 중국 공산당 내 최고 반부패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루쥔 전 화신투자관리 총재의 엄중 위법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엄중 위법 혐의는 공산당 고위직의 부패 혐의를 일컫는 말이다. 루 전 총재는 반도체 빅펀드로 불리는 화신투자관리를 운영하면서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들통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중국 언론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반도체 굴기가 반도체 자립은커녕 부패만 키우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시진핑 집권 3기를 맞아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등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중국 정부가 비효율적인 자국 반도체 기업 지원과 관련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미국의 공세 속에서 지난 10년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당국의 반도체 지원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내부에서 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미국의 반도체법에 대응해 향후 10년간 1조 위안을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는 최근 보도와 상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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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2015년 수립한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지난 10년간 수십조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미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공산당 내부에서 쌓이는 한편 이른바 ‘초크포인트(choke points·전략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길목)’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중국이 대규모 보조금을 쏟아붓는 식의 정책을 완전히 폐기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반도체 지원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보조금 중심의 지원책에 대한 자성론이 나오는 배경으로는 부정부패와 비효율,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정지출 증가로 인한 재원 부족 등이 거론된다.


특히 중국 반도체 보조금을 둘러싼 부패는 심각한 상황이다. 루 전 총재 외에 가오쑹타오 전 화신투자관리 부총재도 부패 혐의로 감찰 조사를 받았으며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며 설립한 우한훙신반도체(HSMC)와 취안신집적회로(QXIC)는 정부로부터 거액으 보조금을 받았으나 단 하나의 상업용 반도체도 생산하지 못한 채 사업을 접었다. 청두거신·화이안더화이(HIDM)·난징더커마 등이 수천억 원의 정책 자금을 받고도 성과를 내기는커녕 반도체 기술의 실체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보조금을 노린 사기극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효율도 극심하다. 한국이 장악한 메모리반도체 육성을 위해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은 창장메모리가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가운데 모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파산 구조 조정에 들어가기도 했다.


시진핑 집권 3기와 위드 코로나 전환을 맞아 군비 확충과 경제 활성화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에서 성과도 없는 반도체 보조금을 사실상 무제한 살포하는 방식으로 재정적 한계가 왔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1~11월 중국의 재정적자는 7조 7050억 위안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통신은 “중국 정부가 반도체지원책을 어떤 방식으로 전환할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국내 반도체 소재 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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