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으면 도태" 여당 지원사격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밑그림 논의 본격화

10일 국회 비대면진료 입법안 토론회에 국민의힘 인사 대거 참석
의료 취약계층부터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우선 허용 가능성에 무게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 허용 등 새로운 입법안 발의 여부에도 관심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토론회에서 개회사 중이다. 사진 제공=원격의료산업협의회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한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연내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구체적인 밑그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감기와 같은 경증 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해선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중증 질환의 경우 대학병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제도 설계안도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지 않은 나라는 이제 한국뿐이다.



◇ 복지부, 연내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지…"의료 취약계층부터 우선 적용 검토"

장태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도서산간 등 의료 취약지역과 감염 취약계층, 만성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본인 확인을 거쳐 의료인과 환자 간 쌍방소통이 가능하도록 단순 전화상담 외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장 서기관은 대면진료가 기본 원칙이며, 비대면 진료가 이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진료수단을 다양화해 접근성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국민건강 증진을 이루겠다는 게 복지부가 추진하는 비대면 진료 입법안의 기본 방침이다. 이어 "상급병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일차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타당하지만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도 배제하진 않을 생각"이라며 "제도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가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진료시간, 난이도 및 기존 제도와의 연계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2020년 2월 코로나19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그해 12월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한 이후 작년 10월까지 누적 진료건수는 약 3500만 건에 달한다. 후보자 시절부터 비대면 진료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복지부가 올해 6월을 제도화 기간으로 제시하면서 그간 산업계는 30년 가까이 닫혀 있던 비대면 진료의 빗장이 풀릴 것이란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 국민의 힘 의원들, 의료계 규제개혁 재차 강조

하지만 건보 재정 투입과 의료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진료 제공 주체인 의사단체가 한걸음 물러났다고는 하나 여전히 민간 플랫폼의 진료 중개를 반대하고, 환자 위치 지역 내 일차의료기관 및 고혈압, 당뇨 등 일부 만성질환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제도화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약사단체가 의약품 오남용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와 함께 이뤄지는 약 배송에 강력 반대하면서 의약품 배송은 논의 선상에 오르지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이날 토론회는 전일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신속 추진 입장이 나온 직후에 개최된 만큼 다소 상기된 분위기가 읽혔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국민의힘 박수영·백종헌 의원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원사들 외에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기현 의원과 규제개혁추진단장인 홍석준 의원 등 여당 인사가 대거 참석해 비대면진료 제도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10일 토론회에서 축사하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사진 제공=원격의료산업협의회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이 2020년 255억 달러에서 2025년 556달러로 급격한 성장이 전망되지만 OECD 38개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잡고 원격의료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 청년소통 태스크포스와 함께 닥터나우 사옥을 방문하는 등 혁신 스타트업 육성 차원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에서 산업계와 정부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법안 발의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강병원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나서며 여야 모두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이다. 다만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지역 및 재진, 의원급 의료기관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등 기존에 발의된 법안과 차별화된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 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국내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패널토론이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 주최를 맡은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수많은 국민과 의료진이 비대면 진료를 직접 경험하며 규제개혁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확산됐다고 본다”며 “더이상 도입을 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의료법 개정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오진, 특정병원 쏠림 등 의료계 우려사항을 반영해 대상과 범위를 좁게 잡아 법안을 발의했다”며 "5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진료를 받기 위해 온종일 시간을 쏟아야 하는 중증 장애인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10일 토론회에서 발표 중인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 사진 제공=원격의료산업협의회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전반적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합리적인 제도 마련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은 “안전한 비대면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산업계 스스로 자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끼리 모여 협의체를 꾸린 것”이라며 “인증, 허가제 등 정부 차원의 중개 플랫폼 자격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를 대표해 토론에 참석한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은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는 미래의료로 가는 첫 걸음”이라며 “환자의 편의성 뿐 아니라 한정된 건보재정, 고령화 등 미래의학 측면에서 보더라도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하고 참여 대상을 확대하는 등 효용이 높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