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국내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박스권 내에서 횡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됐지만 2월 초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경계감과 경기 둔화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주간 예상 밴드를 2300~2420포인트로 제시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5.36% 오른 2386.09에 마감했다. 이달 4일 이후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24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외국인은 이 기간 1조7301억 원 규모 순매수했다. 미국의 긴축 사이클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커진 가운데 경제지표 역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이 14개월 만에 최저치인 6.5%로 예상치에 부합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CPI가 컨센서스에 완벽하게 부합했다"며 "최근 2개월 이전에는 시장의 예상을 대부분 웃돌던 물가 지표였기에 고무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중국 경기 반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 경기 모멘텀 차가 축소되면서 달러 약세가 진행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실적부진으로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코스피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다음주 증시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박스권의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하락 모멘텀과 FOMC를 앞둔 불확실성이 엇갈리는 구간"이라며 "뚜렷한 시장 방향성이 없는 박스권 내 종목 장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NH투자증권은 다음주 코스피 예상 밴드로 2300~2420선을 제시했다.
금리 속도 조절론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다음주에는 위험선호 심리가 소폭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에 대한 소화 과정이 필요하고 금리를 끌어내렸던 재료들이 소멸됐다는 점이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1월 말 FOMC에서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가 강하게 확산될 공산이 있고 금리를 따라가는 증시 급등은 당장 더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익 모멘텀은 약화하는데 단기적으로 금리 상승을 쫓았던 종목이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조정 폭이 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3월 금리 인상 폭 축소 기대는 타당하지만 연내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방역 갈등도 코스피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연구원은 "앞서 10일 중국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일본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 반면, 미국을 비롯한 여타 방역 강화 국가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중국 정부의 스탠스는 중국 리오프닝에도 향후 한국 소비재 기업들의 수혜가 크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음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주요 이벤트로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발표(17일)와 1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 및 미국 12월 생산자물가지수, 소매판매, 산업생산 수치 발표(18일) 등이 있다. 20일에는 한국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될 예정이다.
4분기 실적 발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코스피 상장사 188개 기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1조 5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28.3% 줄어든 수치다. 김 연구원은 "실적전망 하향으로 인해 코스피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지 않은 상황에서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는 빠른 순환매가 이어지고 있는 최근 증시의 트렌드상 상승 종목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유망 테마라고 생각되는 분야의 주식을 선취매해두고 상승 시 비중을 줄이는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해외건설, 방위산업, 원전, 로봇 등을 관심 업종으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