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협공 받는 KT&G

FCP, 차석용 前 LG생건 대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 제안서
안다운용은 인적분할 요구 등
과도한 주주가치 제고 목소리
올 주가 5% 오름세 KT&G에
오히려 악재로 작용 가능성



행동주의 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이하 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오는 3월 예정된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추천에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9일 금유투자업계에 따르면 FCP는 KT&G 사외이사 후보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추천하는 내용을 담은 주주총회 안건 제안서를 공식 접수했다. 오늘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KT&G 감사위원회에 속한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FCP 측은 KT&G 이사회가 11일 만에 사장 후보를 추대하고 주가 폭락에도 대표이사 성과급을 인상한 점, 주주제안 답변을 이사회가 아닌 경영진이 회신한 점 등을 이유로 KT&G 이사회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 7.4%) 등이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소유 분산 기업들의 '셀프 연임'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분위기도 FCP(지분 1%)가 거물급 기업인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앞서 17일 KT&G의 또다른 주주인 안다자산운용도 주주서한을 통해 국내 명문대학교 출신의 재무·회계 전문가 교수와 루이비통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을 지낸 김도린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가 15년 전 주가에 머무르면서도 주주가치 제고에 소홀하다고 보고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주주환원 △거버넌스 정상화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영입 요구 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지난 15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KT&G 주가가 최근 조금씩 반등하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5.73% 상승했다. KT&G는 지난해 9월 기준 7.4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대주주이며, 외국인 비중은 43.8% 소액주주 비중은 65%다. FCP와 안다자산운용이 보유한 KT&G 지분은 1% 남짓이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들이 요구하는 사항이 무조건적인 호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주주제고 가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거버넌스(지배구조) 관점에서 긍정적인 일이지만 장기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예를 들어 KT&G 인삼사업부문 인적 분할 상장의 경우 알짜 사업부를 떼어냈을 때 자금 조달 창구가 개선되고 기업 가치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KT&G 측은 "항상 주주 및 투자자들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적극 소통해오고 있다"며 "적법한 요건을 갖춰 들어오는 주주 제안에 대해 향후 관련 절차를 통해 전체 주주들의 의견을 정중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T&G 이달 26일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과 실행 전략, 전체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미래 비전 및 성장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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