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여야 사이 설왕설래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로 8부 능선을 넘어섰으나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법조계 안팎에서는 두 사건 사이 극심한 온도차가 나타나면서 ‘김 여사 사건을 특별검사가 수사해야 한다’는 야당 요구가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28일 이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이은 두 번째 검찰 조사다. 이 대표는 이날 10시 30분께 검찰에 출석, 10시간여만인 오후 9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 대표가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조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 대표 측에 2차 출석 조사를 요구했다. 다만 이 대표 측이 출석 전부터 1회 조사에 응하겠다고 한 만큼 2차 출석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가 이 대표에 대한 신병 확보 등 마지막 관문만 남은 셈이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가 맡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 엔진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취업청탁·노웅래 의원 뇌물수수 등 의혹 수사만 현재 진행형일 뿐, 도이치모치터스 주가조작 등 김 여사를 겨냥한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 등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피의자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달 10일 예정돼 있다. 검찰은 앞서 권 전 회장에 대해 징역 8년을 구형했으나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함흥차사’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검찰이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이 대표가 검찰 출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권력자와 가까우면 어떤 죄도 면해주고, 권력자에 대항하면 사법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작심 비판한 점도 현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의원총회에서 “대장동은 증거 없고, 진술에만 의존하는 공작 수사의 전형”이라며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고, 무저진 공권력 신뢰를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검찰독재정치탕압대책위원회,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들도 같은 날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이 대표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압수수색이 224여건인 반면 김 여사 관련된 압수수색은 2022년 10월 기준 단 한 건도 없다”며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수십 명의 특수부 검사들을 동원하고 중계를 방불케하는 피의사실 공표와 공무상 비밀 누설이 다반사인 검찰 독재의 민낯을 똑똑히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2일 도이치모터스 사건 공판에서 김 여사가 주가 조작 선수들의 요구에 따라 직접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도 주문을 넣는 등 공판 검사의 진술과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며 “이보다 더 분명한 공범 증거가 어디 있나”라고 주장했다. 정치·법조계 안팎에서 검찰은 물론 특검 도입을 사이에 둔 여야 사이 정쟁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두 사건은 앞선 대선 유력 후보로 이 대표와 윤석열 현 대통령이 대결하면서 단순 사건 수사가 아닌 정치적 사안으로 부각됐다”며 “검찰이 현재와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경우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는 손을 대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했다”며 “이는 정치적 정쟁으로 번지면서, 결국 검찰은 또 다시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이미 윤석열 정부 초기 이른바 반윤(反尹) 검사들을 좌천하는 등 인사가 이뤄진 바 있어, 김 여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검사가 있느냐는 자조섞인 말마저 나오고 있다”며 “기소를 하든, 무혐의 처리를 하든 제대로 된 법리적 판단은 근거해 사건을 처리해야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자유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