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찰풍선을 타국 정찰뿐 아니라 자국민을 감시하는 데도 사용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자국민을 감시하는 데 열기구와 비행선 등을 활용했다. WP는 “이 장치들은 신장 서부지역 주민 감시, 상하이엑스포 보안 지원, 변방 산악지역의 테러리스트 활동 감시 등을 위해 배치돼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 안정 유지 또는 반(反)정부 의견 방지를 목적으로 풍선을 활용하는 것은 중국 기업과 연구 기관들이 해외와 전쟁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감시 도구를 연마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WP는 현재 중국이 고고도 정찰풍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는 여러 민영·국영 기업과 연구소가 기상 데이터 수집과 로켓 발사 등을 목적으로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의 중심에는 중국과학원 산하 광학전자연구원(AOE)의 풍선연구센터인 경량비행선센터(Lighter-Than-Air Vehicle Center)가 있다.
광학전자연구원은 지난 2010년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중국전자과학기술그룹(CETGC)과 함께 상하이 엑스포 상공에 약 1600㎥ 크기의 ‘풍선 경비원’을 띄웠다. 고해상도 적외선 및 초분광 카메라를 탑재한 이 풍선은 지상과 연결된 상태로 7일 동안 자리를 지켰다.
2014년에도 같은 국영기업이 개발한 풍선이 신장 북부에서 열린 튤립 축제 상공에 나타났다. 신장은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대상인 위구르족 자치구가 있는 지역이다. 당시 중국 당국은 풍선에 대해 “하루 24시간 360도로 지상에 있는 관광객과 차량, 건물을 감시할 수 있다”며 “이 ‘하늘의 눈’은 심지어 책 크기 정도의 물체도 포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상 상황을 감지하는 즉시 지상관제로 보고된다”고 덧붙였다.
2017년에는 후베이성에서 국영 항공기제조사인 중국항공공업그룹(AVIC)이 개발한 약 22m 크기의 풍선이 다른 지역의 반테러 활동 순찰에 나섰다. 약 3000m 고도에서 티베트 같은 산악지대까지도 비행할 수 있는 이 풍선은 수입 자재가 사용돼 단 3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WP는 “중국은 풍선과 마이크로 레이더 등 통신 장비를 견고하게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 궤도를 도는 500여개의 인공위성을 활용한 원격 감지 및 제어에도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대만 국립중산대학교 중국·아태연구소의 궈유젠 교수는 중국이 정찰풍선 관련 연구를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시작했지만 전반적 규모로는 일본과 프랑스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이들 풍선은 군용과 민간용으로 사용되며 실제 중국 정부가 풍선 프로그램을 발주하기도 한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소 관계자는 WP에 “풍선은 과학연구기관이나 민간기업에서 개발될 수 있지만, 그 후에는 중국인민해방군이 활용한다”며 “정찰 풍선 작전은 우주와 사이버 전쟁을 담당하는 새 전략지원군에 의해 운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광학전자연구원 풍선연구센터가 2012년 보도자료에서 중국군을 위해 ‘중요한 과업’을 수행했다고 밝혔으며, 이 연구소의 전문가는 2014년 비행선의 군사 및 민간 용도를 소개하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광학전자연구원은 2018년 베이징에서 ‘군(軍)·민(民) 통합’을 주제로 ‘중국 비행기구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WP는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이번 미국 영공에서 발견된 중국 풍선이 정찰용이 아니라는 중국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제이콥 스톡스 신미국안보연구소(CNAS) 수석연구원은 “(중국 풍선이) 기상데이터를 일부 수집했다 하ㄷ라도 중국의 민간 및 군조직과 기간 간 통합을 고려할 때 (중국 측의) 설명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