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 사장 후보' 이순호, NH금융 사외이사 경력 논란

NH證, 예탁원 대상 소송 벌여
"사장 맡는건 이해 상충" 우려
예탁원 노조 반대도 격해질듯

한국예탁원 노조가 20일 여의도 사옥에 플랜카드를 내걸고 사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강도원 기자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으로 유력한 대선 캠프 출신 이순호 금융연구원 실장의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이 예탁원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수천억 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이해상충 우려가 나온다. 예탁원 노조의 낙하산 사장 반대 움직임도 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 실장은 지난해 3월부터 NH농협금융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농협금융의 업무와 재산에 대한 감사 및 이에 부수되는 사항에 대한 의결이나 심의를 맡고 있다. 또 사회 가치 및 녹색금융위원회 위원으로 농협금융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 및 계획을 담당하고 있다.


NH금융지주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건으로 투자자들에게 끼친 손해액(2780억 원)을 모두 배상한 바 있다. 그러면서 2021년 5월쯤 예탁결제원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구상권 손해배상을 제기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예탁원이 사무관리회사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수천억 원 규모의 소송가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의 소송은 지주사 이사회의 관여 없이는 진행되기 힘들다고 금융투자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실장이 실제로 예탁원 사장에 임명될 경우 원고 측 대주주의 이사회 구성원이 피고 측 대표가 되는 셈이다. 농협금융지주는 현재 NH투자증권 지분 56.82%를 보유하고 있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사의 재직 기간과 소송이 제기된 시기가 겹치지는 않는다고 해도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고 측 사장으로 간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실장


한편 이날 전국사무금용서비스노동조합 한국예탁결제원 지부는 서울 여의도 사옥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낙하산 막아낼 결심’ 캠페인을 시작했다. 현재 차기 사장 신임 절차를 진행 중인데 낙하산을 막겠다는 투쟁의 의미다. 앞서 노조는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사장 선임 절차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노조 등에 따르면 예탁원 임원추천위원회는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 박철영 예탁결제원 전무, 이 실장 등 3명으로 차기 사장 후보군을 압축했다. 이 실장은 2006년부터 금융연구원에서 연구위원으로 재직했으며 지난해에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 경제 분야 참모로 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금융위원회 산하 박정훈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김정각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차기 예탁결제원 사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들이 지원을 하지 않자 이 실장 내정설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예탁원 임추위는 22일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뒤 28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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