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에도 콧대 높은 北…“원조는 약탈·예속 올가미”

노동신문 "독약발린 사탕…자립경제가 미래 위한 경제"

북한 주민들이 19일 오후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촬영. 연합뉴스

북한 내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북한이 전 주민을 상대로 자립경제 건설을 강조했다. 심각한 식량난에 출렁이는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22일 전 주민이 모두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제국주의자들의 원조는 하나를 주고 열, 백을 빼앗아가기 위한 약탈과 예속의 올가미이며 세계 지배 전략 실현을 위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제국주의자들은 원조를 미끼로 다른 나라들의 경제 명맥과 이권을 틀어쥐고 경제 발전을 억제하며 예속시키고 있다”면서 “지어(심지어) 원조를 구실로 정치체제의 변경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독약발린 사탕을 받아먹는 방법으로 경제를 추켜세워보려고 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남의 것, 남의 방조에 의거한 경제발전은 일시적인 성장이나 화려한 변신은 가져올 수 있어도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자립경제가 미래를 위한 경제라면 예속경제는 하루살이식 경제”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경제적 자립은 자주적인 국가 건설의 물질적 담보이고 전제”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과거 발언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신문은 자립경제 건설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신문은 “자력으로 살아나가는 것이 정당하고 보람있는 길이지만 결코 누구나 선택하고 끝까지 갈 수 있는 탄탄대로가 아니다”라면서 “자주적 발전을 이룩하자면 수많은 어려운 고비들을 이겨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우리 공화국이 제국주의자들의 항시적인 군사적 공갈과 고강도 압박을 견제하며 국력을 끊임없이 상승시켜올 수 있은 것은 전체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며 마련한 자립적 민족경제의 든든한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치하했다. 나아가 “그 어떤 힘도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전진하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고 우리 경제를 질식시킬 수 없다”며 “사회주의 강국을 기어이 건설하려는 우리 인민의 포부와 이상은 반드시 실현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처럼 북한은 최근 식량난 심화로 흔들릴 민심을 다독이고자 자립경제 건설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최근 부촌으로 알려진 개성에서도 하루에 수십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지방 교화소(한국 교도소) 수감자들이 굶주림에 집단 탈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방 교화소 3곳에서는 최근 2년간 700명이 아사 또는 병사한 것으로 전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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