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5 기술강국 되려면 출연硏 '인건비 충당 외부과제' 줄여야"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수주 R&D 진행하느라 역량 분산
국가임무형 과제에 집중할수 있게
연구 시스템·생태계 등 개선 필요
세계최고수준 연구실 100개 만들것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서울경제DB

“기술 패권 시대에도 여전히 정부출연연구원에서 연구자가 인건비를 벌기 위한 연구를 많이 하는데 이런 문제를 고치면 주요 5개국(G5) 과학기술 강국으로 가는 토대를 쌓을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 25개 출연연을 관장하는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연구자들이 외부 연구개발(R&D) 과제를 평균 3~4개씩 수주해 진행하느라 역량이 분산되는 문제가 있다”며 “국가 임무형 연구 등 주요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시스템과 생태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외부 R&D 과제 수주 시스템(PBS)의 장점도 분명히 있어 아예 폐지하기보다는 본연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선에서 그 비중을 낮추는 쪽으로 개선하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재 NST 산하 25개 출연연은 기초과학 위주의 출연연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연구자들이 절반 이상 연구비를 정부와 공공기관·기업에서 과제를 수주해 충당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출연금은 올해 정부 R&D 예산 31조 574억 원 중 2조 3683억 원이다.


김 이사장은 출연연이 공공기관으로 묶여 R&D와 인력 운용의 제약을 받는 것과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이외의 타 부처 직할 출연연과 인문 분야 출연연을 포함해) 총 71개 출연연 중 연구 목적 기관이 53개나 돼 공공기관에서 빠져나가는 게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면서도 연구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부가 최근 연구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폐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의 공공기관 적용 대상 제외 등 일부 개선 조치를 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해 출연연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10여 년간 기업이 급성장하는 사이 출연연은 포지셔닝을 제대로 못 한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실 100개를 만들어 국가 임무형 전략·원천 기술 개발을 위한 거점 연구소로 혁신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통해 1960~1980년대 국가 성장을 주도하고 뒷받침했던 정체성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는 NST 융합 2.0을 통해 NST 차원뿐 아니라 출연연 간 융합·협력 강화에 나서고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 혁신 성장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25개 출연연은 대전 대덕연구특구 등의 본원 외에도 전국적으로 60개의 지역 조직을 갖고 있다.


김 이사장은 “출연연이 지역 특화형 R&D 클러스터 육성에 나서야 한다”며 “기업들은 숙성된 기술을 원하는데 처음부터 기업·대학과 ‘함께 달리기’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 확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NST는 최근 출연연들의 패밀리 기업 6800개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산학연정 네트워크(ASTI) 1만 2000개를 묶어 KISTI가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그는 “기술 사업화 조직(TLO)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NST 차원에서 통합 TLO를 꾸리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가 있어 전체적으로 민간 TLO를 일부 활용하며 각 출연연의 TLO 강화를 적극 촉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김 이사장은 출연연 연구자의 정년 65세 환원(현 61세), 자율성 확대를 위한 R&D 목적 기관 법·시행령 개정, 핵심 연구자 유지·육성·유치를 위한 기술이전 적립금의 활용, 연구자 기술이전 보상비의 세제 혜택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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