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1인 기업'.
hy 서청주점 임희수(사진·55) 프레시매니저(FM)를 표현하는 한 마디다.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임 매니저가 꼬박 11시간 동안 노란 유니폼을 입고 전동카트 '코코'에 타 동네 구석구석을 누비며 올리는 연 매출은 무려 2억 8000만 원에 달한다. 프레시 매니저 경력 4년 차인 그는 올해 전국 1등 매출을 기록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임 매니저는 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고객과 회사는 당연히 처음 보는 사람을 반겨주지 않는다"며 "10번 넘게 인사하고, 야쿠르트 단 한 개라도 배송하며 때로는 엄마처럼, 친구처럼, 언니처럼 다가가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프레시 매니저가 야쿠르트 한 개를 배송하고 얻는 수익은 50원 남짓이다. 임 매니저가 현재 맡은 구역은 청주시 강내면 일대 총 382가구다. 연매출은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한때 미술학원을 운영했던 임 매니저는 오래 전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현지에서 일자리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였고, 네일숍에 취직해 13년 간 근무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경력단절여성으로 지내다 프레시 매니저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항암 치료 직후 일을 시작해 두건을 쓰고 일할 정도로 열성을 다했지만, 체력 한계 탓에 매출이 절반 가량 줄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9년 코로나19 여파에 대면 영업이 어려워지자 고객 수는 100명에서 50명까지 반토막이 났다. 이 때 원동력이 된 게 타지 생활이었다. 임 매니저는 "낯선 이에 대한 거절은 타국에서 질리도록 경험했다"며 "회사에서 지원하는 판촉용 제품이 다 떨어지면 직접 구매해 고객에게 건네며 적극적으로 다가간 것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매니저가 구청 판로를 뚫은 건 지역 프레시 매니저 사이에서도 유명한 일화다. 코로나19로 외부인의 구청 출입이 어려워지자 임 매니저는 약 한 달간 매일 구청 앞에 서서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한 두명씩 직접 카트를 찾아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직원들과 같이 밥을 먹을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경력을 발휘해 신규 고객에게 선물하는 직접 그린 한정판 열쇠고리도 임 매니저의 대표 영업 무기다. 임 매니저는 "프레시 매니저는 또 다른 세상을 보게 해준 직업"이라며 "hy와 고객간 연결고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