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못 껐다…실리콘밸리 키운 실리콘밸리뱅크 40년만에 폐쇄

SVB 은행 업무 중단
남은 자산, 예금 FDIC로 이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뱅크(SVB) 본사 전경 /산타클라라=정혜진 특파원


실리콘밸리의 투자 생태계의 큰 축으로 기능했던 40년 역사의 스타트업 전문 은행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0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SVB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을 이어 받아 예금 지급 업무를 담당하기로 했다. 애초 금요일인 이날 SVB가 운영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 지시를 통해 SVB와의 모든 거래는 중단되게 됐다. 이후 오는 13일 오전부터 일부 거래가 FDIC 감독 하에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FDIC는 기존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을 몰수, 이전하면서 '산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을 설립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83년 실리콘밸리에 설립돼 오랫동안 스타트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SVB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예금과 대출 업무를 지원하던 SVB는 영역을 확장해 투자 및 프라이빗뱅킹 서비스 등을 제공해 왔다.


앞서 전날 SVB 지주사인 SVB파이낸셜그룹이 18억 달러의 손실을 안고 보유 자산을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SVB 주가는 하루 만에 60.4%나 급락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온 SVB는 최근 스타트업의 예금 인출이 폭주하자 대차대조표 관리를 위해 처분 가능한 증권 중 210억 달러를 매각했다. 스미드캐피털그룹의 빌 스미드는 SVB 사례와 관련해 “금리가 인상되는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에 균열이 생긴 첫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에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털(VC)는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대상으로 SVB로부터 자금 인출을 촉구하기도 했다. 유니언스퀘어벤처는 창업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SVB 예금 계좌에 최대 25만달러만 보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FDIC 표준 보험 약관에 따르면 계좌당 최대 25만 달러의 예금 지급을 보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는 “전날 급하게 예금을 인출해 다른 은행에 예치했다”며 “인출하지 못한 이들 뿐만 아니라 연쇄적인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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