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선수단'에도 고전…이기고도 웃지 못한 한국

WBC 체코전 7대 3 승리
박세웅 호투·김하성 홈런 2방에도
불 지른 계투진 탓 뼈아픈 3실점
김현수도 다이빙캐치 중 공 빠뜨려
오늘 호주·체코전에 8강 운명 달려

한국 대표팀 좌익수 김현수가 1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체코전 7회 1사 1·2루에서 다이빙 캐치를 하다 공을 뒤로 빠뜨리고 있다. 김현수는 곧바로 대수비 최지훈으로 교체됐다. 연합뉴스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고 대회 첫 번째 승리를 챙겼지만 아무도 웃지 못했다. 호주에 7 대 8로 충격패를 당하고 일본에 4 대 13으로 완패한 한국 야구가 체코도 쉽게 이기지 못했다. 자국 세미프로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주축인 체코는 대부분이 소방관, 고교 교사, 부동산 중개인 등 본업이 따로 있는 ‘투잡러’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체코와 3차전에서 7 대 3으로 이겼다. 한두 수 아래로 여겨진 상대인 데다 2연패한 상황상 콜드게임(5회까지 15점 차 또는 7회까지 10점 차 리드)이나 그에 준하는 대승이어야 납득할 만했는데 3점이나 내주고 4점 차로 이겼다.


1승 2패의 한국은 13일 오후 7시 열릴 중국전만 남기고 있다. 앞서 13일 낮 12시 호주-체코전에서 호주가 이기면 한국은 중국전 결과와 관계없이 8강 진출이 좌절된다. 체코가 호주를 잡아주면 한국, 호주, 체코 세 팀이 2승 2패 동률이 될 수 있고 승자승-최소 실점률-최소 자책점률-팀 타율-추첨 순으로 따져 8강에 오를 조 2위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실낱 희망이다. 최소 실점률 계산을 생각하면 체코전을 무실점으로 막았어야 했지만 불안한 불펜은 체코에도 점수를 내주고 고전했다.


10일 일본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무실점으로 콜드게임 패를 막았던 박세웅(롯데)이 이날 선발로도 호투한 반면 구원진은 미덥지 못했다. 박세웅이 12타자 연속 범타 처리를 포함해 4⅔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하고 들어간 뒤 곽빈(두산)이 7회 연속 안타를 맞고 위기를 정철원(두산)에게 넘겼다. 정철원은 마테이 멘시크에게 좌익수 쪽 2루타를 맞고 주자 2명을 모두 홈에 들여보냈다. 7회 2아웃에 등판한 고영표(KT)도 8회 안타 1개를 맞았고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한 김원중(롯데)도 아웃 카운트를 하나만 잡고 1피안타, 몸 맞는 공 1개로 흔들렸다. 8회 2사 만루에 마운드를 물려받은 이용찬(NC)은 폭투를 범해 7 대 3으로 추격하는 점수를 내줬다. 7회 1사 1·2루에서 어설픈 다이빙 캐치로 공을 뒤로 흘린 좌익수 김현수(LG), 8회 2사 만루에서 파울 타구를 잡지 못해 실점 빌미를 제공한 포수 양의지(두산)의 수비도 팬들에게 한숨을 안겼다. 이날 포털 사이트 중계창에서는 체코를 응원하는 클릭이 한국 응원과 비교해 두 배 넘게 나왔다. 잇따른 졸전에 야구팬 상당수는 이미 대표팀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앞선 두 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다 이날 솔로 홈런 두 방을 터뜨린 메이저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은 “최선을 다했다. (13일 호주-체코전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최소 실점을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마지막 3실점이 아쉽지만 일단 이겼으니 (최종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발 박세웅에 대해 “선발로 자기 책임을 다해주고 잘 끌어가서 우리가 리드를 잡고 승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 이 감독은 중국의 전력을 두고는 “예전보다 기량이 상당히 올라오고 좋은 투수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가 꼭 이겨야 하는 경기이니 모든 걸 다 쏟아부어 이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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