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도 수출 한파와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228억 달러로 역대 최악을 기록했던 지난해 무역적자의 절반에 육박했다. 지난달 반등 기미를 보였던 수출 역시 열흘 만에 고꾸라졌다. 여기에 반 토막 난 반도체 수출과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3월 1~10일 무역수지는 49억 95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부터 이달까지 13개월 연속 이어졌다. 1년 이상 무역적자가 계속된 것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227억 7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 규모(58억 6900만 달러)의 3.8배,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477억 8500만 달러)의 약 48%에 달했다.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6.2% 줄어든 157억 9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7.4%나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7.5일로 전년보다 하루 더 많았다. 1월 전년 동월 대비 16.6% 줄어든 수출은 지난달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의 영향으로 감소율을 7.5%로 줄였으나 이달 들어 다시 감소 폭을 키웠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8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우리 수출을 떠받치는 반도체가 41.2%나 빠졌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1, 2월에 40% 이상 쪼그라든 데 이어 3월에도 낙폭을 40% 이상 키우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1~4월 평균 3.41달러를 유지했으나 지난달 1.81달러까지 급락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이달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50% 이상 줄어들 수도 있다. 이 외에 석유제품(-21.6%), 무선통신기기(-31.9%), 정밀기기(-23.9%) 등의 수출액도 1년 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승용차(133.7%) 수출만 늘었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 역시 1년 전보다 35.3% 쪼그라들었다. 이에 대중(對中) 무역수지도 14억 3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다. 리커창 전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5%를 제시하며 경기부양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점을 시사해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세계 경제 침체 우려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에 대한 수출도 악화됐다. 지난해 한국의 3대 수출국에 오른 베트남으로의 수출은 1년 전보다 16.4% 줄었고 대 유럽연합(EU·-6.2%), 일본(-7.3%) 수출도 일제히 감소했다.
이달 열흘간 수입액은 207억 86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7% 증가했다. 그나마 한파가 지나며 3대 에너지원(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이 지난달 대비 24.0% 줄어든 것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6% 늘어났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경상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는 것은 결국 달러가 순유출된다는 의미”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