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이다’ 빠진 李, ‘블랙홀’ 빠진 민주당

박예나 정치부 기자

언론이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백브리핑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문구는 “…”다. 기자들이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로만 동문서답하는 일도 많다. 긁어 부스럼인 사법 리스크 언급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사이다’는 사라진 모습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이 대표는 당 내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이 대표를 향해 책임과 대책을 묻는 요구가 제기되지만 거취·수습 방안 등에 대한 거론은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0.73%포인트로 대선에서 패배한 지도 1년이 지났다. ‘분골쇄신’ ‘환골탈태’를 약속했던 것과 달리 당 내에서는 ‘분위기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10년 사이에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보좌진들을 만나도 “당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는 아우성을 듣고는 한다. 언제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혹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 리스크다.


문제는 ‘이재명 블랙홀’이 민생마저 집어삼켰다는 점이다. 임시국회 내내 방탄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바람에 민생 법안은 뒤처지기 일쑤였다. 이 대표가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한 민생 프로젝트조차 기억 너머로 묻혀버렸다. 체포동의안 표결 후 이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에서 심기일전으로 재개한 민생 경청투어는 이 대표 측근의 죽음으로 무산됐다. 민생 행보로 정국을 반전시키려 했으나 오히려 사법 리스크 우려가 더 불거지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민주당이 다시 뼈를 깎는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이 대표는 당에서 분출하는 인적 쇄신, 거취 논란에 대해 답해야 한다. 그것이 내홍을 수습하기 위한 책임 있는 자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진로를 제시하는 것이다. 당초 이 대표가 띄우고자 의원들에게 친서까지 돌렸던 기본사회위원회조차 행적이 묘연한 것 아닌가. ‘안 될 것 알면서도 하는’ 쌍특검과 대여 공세 목적으로 만든 수십 개의 당 대책위원회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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