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을 비롯해 일본에서는 계란 가격이 폭등한 탓에 메뉴에서 관련 메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조류독감이 유행하면서 닭고기 뿐만 아니라 관련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는 데다 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 '에그플레이션(egg + in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5일 기준 일본의 상장된 식품업체 100곳 중 18곳이 계란 관련 메뉴 판매를 중단했다고 테이코쿠데이터뱅크를 인용해 보도했다. 맥도널드 재팬은 매년 봄마다 출시했던 데리타마 머핀을 올해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계란이 주요 재료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는 “계란 공급차질이 이어질 경우 계란이 들어간 다른 메뉴도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지난 1일 참치 샌드위치에 계란 대신 야채를 넣는 등 일부 계란 제품 판매를 중단 또는 변경했고 조미료 업체 아지노모토는 마요네즈와 타르타르 소스와 같은 제품의 가격을 4월부터 인상키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는 ‘계란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창업한 지 68년째인 한 식품업체는 도매상에 날마다 전화를 걸어 적극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하루에 3만개의 달걀을 사용한다. 달걀이 필요한 일부 가게들은 급기야 상대방이 계약한 분량을 가로채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계란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한인 식당을 운영하는 교포들은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계란을 곁들인 아침식사를 판매하는 교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브렉퍼스트(아침식사)는 달걀이 주원료로 사용되는데 달걀값이 많이 올라서 많이 부담스럽다”며 “그렇다고 손님들에게 가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도 “계란 한 박스에 보통 288개 들었는데 그게 한 27~8달러(약 3만5000원) 하던 것이 지금 150~160달러(약 20만 원)로 올랐다”며 “사실 전에는 화산 계란찜이라고 해서 수북이 올려줬다. 그런데 계란 값이 너무 비싸다 보니까 요즘은 그렇게는 못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에서 계란 가격이 급등한 것은 조류독감의 유행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조류 독감이 처음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1500만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지난해 전역에 퍼진 조류 독감으로 폐사한 미국 내 조류는 5700백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판매되는 달걀 열두 알들이 한 판의 평균 소비자 가격은 4.25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가까이 올랐다. 대만에서는 계란 도매가격이 3개당 55 대만달러(2358원)까지 치솟자 농업위원획가 직접 나서 사과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