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2015년 1억 원을 투자해 확보했던 수아랩 지분 14.92%를 2년 만에 매각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의 기업가치가 치솟으며 ‘자회사 지분 20%(교육부 2020년 1월 10%로 완화)를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수아랩이 2019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에 2300억 원에 매각됐으나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이미 지분을 판 탓에 실제 거둔 수익은 제로(0)로 알려졌다. 연세대 기술지주회사도 지난 2019년 하반기 자회사 라파스의 코스닥 상장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두 학교 모두 매각·상장 등으로 거둘 수 있었던 수익을 날린 셈이다.
교육부가 자회사 10% 보유 규정 완화에 나선 배경에는 이들 대학이 겪은 ‘오랜 속앓이’가 자리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20년 1월 대학 기술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보유 한도를 20%에서 10%로 줄이고, 보유 의무 유예기간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된 산학협력 대학 주요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회사 매각 우려가 줄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보유 한도는 낮췄지만, 10%룰이 설립 이후에도 적용되면서 대학 입장에선 자회사 매각에 대한 우려를 떨치기 어려운 탓이었다.
꾸준히 제기돼 온 규제 완화 요구는 대학의 재정난과 맞닿아 있다. 수년째 이어진 등록금 동결 등으로 연구비 부족을 겪고 있는 대학들에게 기술지주회사는 자금 조달 창구였다. 실제로 지난 2021년 기술지주회사들은 매출액 468억 원 가운데 210억 원을 산학협력단에 배당했고, 이 돈은 대학의 연구비로 사용됐다. 지난 2008년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설립 이후 기술지주회사가 지난해 80곳까지 늘어난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에 기술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유지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지, 규정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장재수 고려대기술지주 대표는 “정부가 내놓은 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기술지주회사가 투자를 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의 지원 규모가 지금보다 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