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암호화폐 등 직접 투자에만 관심을 쏟는 20~30대 금융 소비자를 잡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청년 장기 펀드를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운용사들은 특히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40%의 세액공제 혜택이 확보되자 청년들의 펀드 가입을 늘리는 호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과 IBK자산운용은 20일 나란히 청년 소득공제 장기 펀드 상품을 출시했다. KB운용은 ‘KB 지속가능 배당 청년형 소득공제 펀드’ ‘KB 지속가능 배당 50 청년형 소득공제 펀드’ ‘KB 한미 대표성장 청년형 소득공제 펀드’ ‘KB 한국 인덱스 50 청년형 소득공제 펀드’ 등 4종을, IBK운용은 코스피200지수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IBK KOSPI200 인덱스 청년형 소득공제 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청년 펀드를 대표 상품으로 내건 운용사는 이들 두 회사뿐만이 아니다. 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17일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 펀드 3종을 선보였다. 반도체·2차전지 등 정보기술(IT) 업종과 인터넷·소프트웨어 등 성장주에 집중 투자하는 ‘미래에셋코어테크 청년소득공제’ 주식형 펀드, 우량 기업 우선주·고배당주·채권·옵션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배당프리미엄 청년소득공제’ 주식혼합형 펀드, ‘미래에셋장기포커스 청년소득공제’ 주식형 펀드 등이 해당 상품들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도 같은 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NH아문디 한국미국성장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증권투자신탁’ 상품을 내놓았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 다올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도 ‘ESG레벨업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증권자투자신탁’ ‘하나UBS IT 코리아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증권자’ ‘다올KTB VIP스타셀렉션 청년형 장기소득공제 증자주식C’ ‘마이다스 신성장기업포커스 70 청년소득공제 증권자주식A’ 등의 펀드를 일제히 판매하고 나섰다.
업계에 청년 펀드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은 금융 당국이 올해부터 큰 폭의 세제 혜택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3년 이상만 계약하면 연 240만 원 한도 내에서 납입액의 40%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예컨대 가입자가 5년간 연 600만 원씩 청년 펀드에 납입하면 총액의 40%인 1200만 원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율 16.5%(과세표준 연소득 1400만∼5000만 원 구간)를 적용하면 최대 5년간 198만 원의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가입 대상은 연간 급여액이 5000만 원 이하이거나 종합소득금액이 3800만 원 이하인 만 19~34세 이하 국내 거주자다. 이석희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 상무는 “동일한 전략을 갖춘 다른 펀드보다 보수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신년 업무 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청년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1분기 안에 관련 펀드 출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은 이후 준비된 사업자부터 서비스를 개시하라고 주문했고 운용사들은 즉각 호응한 것이다. IBK자산운용 관계자는 “당국이 올해 청년층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펀드를 추진하게 된 것이 상품 출시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 속도 완화, 소득공제 혜택 대안 부족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청년 펀드 상품군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도 다음 달 ‘한화 MZ픽 4차산업혁명 청년형 소득공제증권 전환형 자투자신탁’ 등 청년 펀드 4종과 5종을 각각 선보일 계획이다. 전규백 IBK자산운용 대표는 “향후 청년들의 장기 자산 형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청년 펀드가 운용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둔화에 따른 취업률 저하로 청년층들의 고정 수입 자체가 줄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이달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20대가 보유한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수는 전체의 1.9%(10억 7015만 3969주)에 불과했다.
자산·수입이 적다 보니 돈이 생기더라도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용 불안을 겪는 청년층은 가처분소득 자체가 적어서 자금을 수시로 회수할 수 있는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수년간 간접 투자에 돈을 묶어 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