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업계가 기업 간 소송전과 검찰의 기소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균주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과 메디톡스·휴젤 등 보톡스 업체 6곳의 ‘간접 수출’ 법적 공방도 대법원 판결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K보톡스의 경쟁력 약화는 불보듯 뻔하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범죄조사부는 14일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고 보톡스를 국내 수출 업체에 판매한 메디톡스·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제테마·한국비엠아이·한국비엔씨 등 제약업체 6곳과 임직원 12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튿날 휴젤은 “이번 기소는 간접 수출에 대한 법률적 판단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메디톡스도 법원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은 보톡스 업체가 수출 업체에 보톡스 제품을 양도한 것이 ‘해외 수출’이냐, 아니면 ‘국내 판매’이냐는 것이다. 국내 판매라면 약사법상 식약처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하고 해외 수출이라면 대외무역법 관련 법령에 따라 국가출하승인은 따로 받을 필요가 없다.
문제는 수출이냐, 판매냐를 둘러싼 검찰과 업체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수출 업자가 독자적으로 수출 상대방과 가격을 결정하고 또 다른 수출 업체에 물건을 되팔기도 한 만큼 보톡스 업체의 행위는 간접 수출이 아니라 완결된 판매라는 입장이다.
반면 보톡스 업체는 수출 업체에 넘긴 보톡스는 모두 실제로 수출됐다는 주장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문 도매상으로 들어간 제품은 모두 수출됐다”며 “수출 업체도 표기가 영어로 돼 있고 가격까지 더 비싼 수출용 제품을 무슨 이유로 국내에 유통시키겠느냐”고 말했다.
2020년 대법원 판결을 놓고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당시 대법원은 바리돈에프엑스 의약품 수출과 관련해 전량 수출 루트로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판매하는 행위는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보톡스는 전량 수출 루트로 해외로 판매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반면 업체들은 같은 방식으로 수출된 만큼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검찰과 보톡스 업체의 법적 공방은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동안 양 기관은 보톡스 업체의 간접 수출을 관행으로 인식해왔다. 만약 당국이 법적 조치를 취하기 보다 꾸준한 행정 지도로 업계 관행을 바로 잡으려고 했으면 어땠을까. 업계도 자정 노력 의지를 보이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면 또 어땠을까. 만약 그랬다면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보톡스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K보톡스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