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라비 소속사, 의사에 "약 달라" 생떼…브로커 "굿"

'치료 필요 없다'는 의사 소견에도
라비 기획사 대표가 약 처방 요구
병역비리 브로커 보수는 5000만원
'면제 못 받으면 전액환불' 조항도

빅스 라비. 사진=서울경제스타 DB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와 소속사가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병원 측에 무리한 요구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실신한 것처럼 연기해 응급실을 찾는가 하면, 의사로부터 “뇌전증과 관련해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약을 처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와 소속사 그루블린 김 모(37) 공동대표, 나플라(31·본명 최석배)는 지난 2021년 2월 라비의 입대를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자 병역 브로커 구 모(47·구속기소)씨를 접촉해 군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구 씨는 라비의 경우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5급 면제를, 나플라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 악화를 근거로 복무 부적합으로 조기에 소집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라비와 협의해 구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3월에 바로 계약했다. 보수는 5000만 원이었다. 구 씨는 계약서에 “군 면제 처분을 받지 않으면 비용 전액을 환불 처리한다”는 조항을 넣기도 했다.


구 씨로부터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받은 라비 측은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선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라비는 외래진료에서 의사에 “1년에 2∼3번 정도 나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해 뇌파 및 MRI 검사 일정을 잡았다.


그 해 4월 라비와 김 대표는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담당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별다른 치료나 약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해 진료실을 빠져나온 김 대표가 구 씨에게 연락하자, 구 씨는 “약을 처방 해 달라고 해라. 만약에 또 그러면 멘탈 나가고 음악생활도 끝이다, 아니면 진료 의뢰서 끊어 달라고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에게 “약 처방을 해달라”고 요구해 결국 약물 치료 의견을 받아냈다.


이후에도 약을 추가 처방 받은 라비는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2021년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했다. 구 씨는 김 대표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 받고는 “굿, 군대 면제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라비는 정밀 신체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 뇌전증 약을 복용해 소변검사를 대비했다. 소변검사에서 적절한 약물 농도가 검출되게 해 진짜로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며낸 것이다.


결국 라비는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가 두 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그해 9월 4급으로 재판정됐다. 한 달 뒤인 그해 10월 라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래퍼 나플라

나플라는 2016년 첫 신체검사에서 2급을 받은 뒤 여러 차례 병역을 연기하다 2020년 10월 재검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4급 판정을 받았다.


나플라는 2021년 2월 병역 연기가 불가능해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구 씨의 조언에 따라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가장해 사회복무요원 분할 복무를 신청했다.


당시 나플라는 서초구청 담당 공무원과 면담하면서 정신 질환이 극심해져 자살 충동이 생긴다며 복무가 불가능한 것처럼 꾸며냈다. 나플라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 받았지만, 검찰은 그가 실제로 약을 전혀 먹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후 서울지방병무청 담당자와 서초구청 공무원이 나플라의 조기 소집해제를 돕기로 공모했다. 나플라가 서초구청에 전혀 출근한 적이 없지만, 정상 근무한 것처럼 일일 복무상황부를 조작한 것이다.


이들이 범행에 가담한 경위는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이들이 정신질환 등을 앓는 사회복무요원 관리가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정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라비와 김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고, 나플라와 서초구청·병무청 공무원을 구속 기소 했다. 이들의 병역면탈 범행을 도운 브로커 구 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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