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특징을 살린 기념 행사를 준비해 한미동맹 70주년 의미를 가급적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김영완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가 최근 서울경제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총영사는 “LA 지역이 문화의 중심이고 동포사회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며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 등 좋은 학교가 많은 점도 특징”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3월 18일 부임한 김 총영사는 이달 3일로 임기 약 1주년을 맞았다. 김 총영사는 당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부임을 일주일가량 늦추기도 했다. 그는 부임 직후 상황에 대해 “전임 공관장께서 3개월 전 귀임한 상황이었다”며 “약간의 공백이 있어 동포사회를 안정적 파트너로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정무·경제 등 분야에서 공관 역할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주LA 총영사관은 남가주에 더해 애리조나주, 네바다주, 뉴멕시코주까지 총 4개 지역을 관할한다.
김 총영사는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는 “외교부 본부와 모든 공관이 함께 여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주LA 총영사관에서는 남가주 동포사회 특징을 살려 외교 및 동포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총영사관은 현재 학계와 협력해 정책 세미나를 개최하고 부산시 등 국내 지자체와 함께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동맹 70주년…부산시·LA 합동공연 기획=김 총영사는 “학계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리고자 대규모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미 주류사회와 정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미동맹과 한미관계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한편 관련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한국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총영사관은 LA와 자매결연을 맺은 부산시와는 합창단 공연을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기획 중이다. 김 총영사는 “부산이 2030 세계박람회(EXPO·엑스포)를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부산시 합창단은 미국 노래를 부르고, LA 합창단은 한국 노래를 부름으로써 한미동맹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영사는 이 같은 학술행사와 문화 공연의 계기로 △한국전쟁 발발일(6월 25일)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한미동맹 상호방위조약 체결일(10월 1일) 등을 꼽았다.
김 총영사는 지난 1년간은 정무·경제·동포·공공외교 등 모든 분야 업무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외교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 연방 하원의원 및 지역 정치인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협업을 모색했다”면서 “경제통상 환경 변화로 인한 경제안보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공관 역할을 강화했다”고 피력했다.
대표적으로 총영사관은 교민사회를 대상으로 △3월 15일 통상환경 전망 세미나 개최 △3월 16일 경제자문위원 간담회 개최 △5월부터 7주간 무역아카데미 등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미중 갈등에서 비롯한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등에 대해 알린다는 방침이다. 김 총영사는 “교민들께서 미국 통상정책 변화와 미중 경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저희로서는 거시경제 전반에 관한 것들, 기업 수출에 필요한 정보들,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 개정 등 미국 법령이 바뀌면 실제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등에 대해 많이 알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총영사관은 교민들을 상대로 무료 법률상담도 제공하고 있다. 김 총영사는 “한인들이 현지에 살아가면서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률 정보를 드리려고 하고 있다”면서 “벤처 창업부터 이민법, 국적법 등 다양한 법률서비스 수요를 보며 그때그때 적합한 전문가를 섭외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6만 동포사회 관할…카톡채널 열고 무인민원발급기 도입=김 총영사는 민원 업무 효율화에도 힘쓰고 있다. 관할지 내에 전체 재미동포 중 25%에 달하는 약 66만 명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총영사관에서는 김 총영사가 부임한 이후 내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기적으로 회의하며 영사 업무 효율화를 논의해오기도 했다. TF 회의 결과 총영사관은 카카오톡 채널(‘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개설과 무인민원발급기 도입 결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김 총영사는 “저희 욕심으로는 동포들에게 국내와 같은 수준의 민원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인프라 부족 문제가 있다”며 “일손을 줄이면서 서비스는 많이 돌아가게 하는 방안이 무엇일지 계속 내부적으로 얘기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 들어 새로 만든 주LA 총영사관 카카오톡 채널은 벌써 858명이 추가했다. 총영사관은 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의 주요 공지 등을 안내 중이다. 김 총영사는 “저희가 이미 기본 질문으로 정리해놓은 50여개 질문에 대해서는 바로 기계적으로 답할 수 있도록 해놨다”며 “아직 1차적인 노력에 불과하지만 기술적으로 보다 개선할 수 있으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인민원발급기의 경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올해 1월 31일~2월 5일 미국 출장이 계기가 됐다. 당시 김 총영사가 이 장관에게 무인민원발급기 도입을 건의했고, 이 장관이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김 총영사는 “일반 주민센터에 가면 주민등록증만으로 등본을 뽑을 수 있지 않으냐. 무인민원발급기를 들여와서 직접 창구에 가지 않더라도 가급적 빠르게 민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국제정치 집중…국내부처와의 관계 강화해야=본부에서 조정기획관을 지낸 김 총영사는 조직 발전 방안과 관련해 “외교부뿐 아니라 모든 조직이 환경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해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다른 부처와 애기하다보면 법령에 기반한 튼튼한 행정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외교부 직원들은 아무래도 해외에 비교적 많이 다니고 외교 업무에 포커스(집중)를 크게 두다 보니, 예산 당국과 같은 국내 부처와 얘기하고 협상하는 행정력(이 부족하다.) 이런 행정력을 갖추면 조직이 더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다른 부처는 국내 절차와 법령에 기반해 업무를 하고 국내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큰데, 외교부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제정치 사안에 보다 큰 관심을 두다 보니 국내 부처를 상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김 총영사는 “외교부는 고객이 해외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국내 부처와의 관계가 약하다. 이를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재차 밝혔다. 아울러 “직원들이 보람과 소속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복지나 인력도 받쳐줘야 한다”고도 부연했다.
끝으로 김 총영사는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매순간 느끼고 있다”며 “1992년 외교부에 입부할 당시 우리가 세계 15위 무역국가였다면 지금은 8위다. 그 간극만큼 우리 의견을 더 깊이 경청하는 존중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특히 김 총영사는 “외교관 모임만 가도 한국이 무슨 얘기를 하나 다들 경청한다”면서 “한국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무게감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