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디지털 등 혁신 의료기기가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한다. 민관 연구개발(R&D)에 10조 원을 투입해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의료기기 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2023~2027년)을 4일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2020년 5월 시행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에 따라 마련된 첫 중장기 법정 종합계획이다.
정부는 디지털·AI 등 첨단기술 활용 의료기기의 신속한 의료현장 진입을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단기적으로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및 신의료 기술평가 유예제도 적용대상 확대를 검토한다. 통합심사 대상이 되면 심사기간은 최대 390일에서 80일로 줄어들고 유예제를 적용 받으면 신의료 기술평가 시점을 2년 이상 뒤로 미룰 수 있다. 업계는 데이터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받게 되는 신의료 기술평가는 해외 시장 진출과 국내 판로를 가로막는 대표적 장애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는 식약처 허가 후 비급여로 우선 의료현장에 진입하고 건강보험 등재 신청시 신의료 기술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혁신 의료기기는 허가 시 평가 받은 안전성·유효성 결과를 신의료 기술평가, 건강보험 등재시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한시적 품목분류, 임상시험 승인 간소화 등을 통해 등 새 기술이 원활하게 허가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합리화한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액도 대폭 늘린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조 원이었던 정부 R&D 투자를 2023~2027년 4조 1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정부 투자를 마중물 삼아 2017~2021년까지 2조 8000억 원이었던 민간 R&D 투자를 2023~2027년 5조 9000억 원으로 늘린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구상대로라면 민관이 5년 간 10조 원을 투입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특히 주력 수출, 잠재력이 높은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1기 사업에 이어 2기 사업 기획을 통해 국가주도 연구개발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1기 사업 기간인 2020~2025년 6년 간 약 460여개 과제에 대해 총 1조 2000억 원을 지원한다.
정부의 종합계획을 접한 의료기기 업계는 정부 정책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영세 업체를 위한 정책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절반 정도의 업체에 R&D 투자는 먼 나라 얘기”라며 “국내 시장 진입도 오래 걸리고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보니 외국 시장 진출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기기 업체 4085개 가운데 2300개는 연간 생산액이 1억 원 미만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종합계획으로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바이오헬스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산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