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통일 청사진이 총망라된 통일백서에서 한반도 안보 불안의 책임이 북한의 핵 위협에 있다는 점을 재차 분명히했다. 대화 재개 등 평화적 노력을 부각했던 문재인 정권과 달리 북한의 취약한 인권실태 전면에 내세우며 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남북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14일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의 주요 내용들이 정리된 ‘2023 통일백서’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요체로 한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호혜적 남북관계 발전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 등 대북정책 3대 원칙이 상세히 설명됐다.
백서는 첫 장에서부터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의 근본 원인이 북핵 문제 있다’고 지적하며 원칙에 입각한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백서는 “정부는 (북한에) 대화와 협력 의지를 지속 표명했지만 북한은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며 “만성적 경제난 속에서도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을 지속하며 한반도 안보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였던 2022년 통일 백서에서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은 없었다.
정부의 이같은 단호한 인식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북한 비핵화”로 대체된 것에서도 확인된다. 한반도 비핵화는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처음 나왔고, 문재인 정부는 이 용어를 사용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써 핵을 포기해야 하는 주체가 북한임을 보다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란 표현도 “미북관계”로 바뀌었다. 이와 관련해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통일백서를 완성한 이후에 전문가들의 감수 과정에서 ‘용어를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부각한 점도 크게 달라진 점이다. 백서의 총 7개의 장 가운데 제2장에 북한의 인권 실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국제사회 노력 등을 기술했다. 지난해 백서에서는 북한의 인권문제는 3장 ‘인도적 협력’의 각론으로만 서술됐고, 대신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 내용이 부각됐다.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못지않게 북한 인권 문제를 중요시한다”는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북관계 경색, 코로나19 발병에 따른 남북 간 소통 단절은 숫자로도 확인됐다.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남북 왕래 인원 현황은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0명을 기록했고, 2022년 교역액도 전무했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 전 남북 간 왕래는 10만 명을 넘나들 정도로 활발했다.
이산가족 상봉도 2018년을 끝으로 완전히 두절됐다. 지난해 이산가족 관련 교류는 민간 차원의 서신 교환만 3건이 이뤄졌고 당국 차원의 상봉 등은 전혀 없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북한의 도발에는 당당히 맞서고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새 통일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