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이중고에 가격인상 압박…감기에 열 오르는데 약값은 더 오른다

◆'드러그플레이션' 소비자 부담으로
원료의약품 자급률 12%P 감소
이미 해열제 등 상비약 값 껑충
"비급여 전문약값도 인상 가능성"

대내외 경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제약 업계가 의약품 가격 인상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낮은 원료의약품 자급률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으로 원료의약품 및 원부자재 가격 부담이 커졌는데 물류비 부담까지 가세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문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등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독감까지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의약품 등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제약 업계가 의약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4.4%로 전년 대비 12.1%포인트 감소했다. 원료의약품은 합성·발효·추출 등의 방법으로 제조된 물질인데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대표적인 원료의약품은 해열진통제에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있다. 최근 원료의약품 가격이 상당 부분 올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약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원료의약품뿐 아니라 의약품 포장 등에 쓰이는 원부자재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물류 업계가 의약품 물류비까지 줄인상에 나서면서 제약사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의 자회사인 용마로지스가 국내외 제약사들에 5~20% 수준으로 물류비를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CJ대한통운(000120)·고려택배 등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물류비 인상 여부를 제약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의약품 물류 시장은 용마로지스가 50%, CJ대한통운과 고려택배가 나머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 업계의 원가 압박이 지속되면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전문의약품보다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전문의약품은 제약사가 가격을 조정할 수 없지만 일반의약품은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가격이 인상될 여지가 남아 있다. 전문의약품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 보니 결국 일반의약품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실제 일반의약품의 소비자가격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약국과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 한국존슨앤드존슨 감기약(해열진통제) ‘타이레놀500㎎’ 8정 가격이 최근 3100원에서 3600원으로 약 16% 인상됐다. 동화약품의 액상소화제 ‘까스활’과 ‘미인활’도 올 2월부터 판매 가격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 올랐다. 동국제약의 탈모 치료제 ‘판시딜’과 먹는 치질약 ‘치센’의 공급가도 이달 1일부터 10%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통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뿐 아니라 원부재료와 부대 비용 증가에 따라 비급여 전문의약품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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