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어떻게든 활용해야지 저대로 방치해두면 곤란합니다. 정부 및 서울시와 청와대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협의해 ‘문화 1번지 종로’로 만들겠습니다."
정문헌(사진) 서울 종로구청장은 16일 서울경제를 만나 청와대 개방을 계기로 삼아 종로를 정치 1번지에서 문화 1번지로 변신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빈관을 제외하면 청와대 시설 대부분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청와대를 활용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구청장은 청와대 개방 후 종로 중심이 동서남북으로 뚫리면서 지역 문화관광산업 발전에 큰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관리 주체 갈등,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소통 부재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리는 문화재청, 청와대 관람은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 경호시설 부지는 대통령경호처, 청와대 주변은 서울시·종로구로 관리 주체가 쪼개진 상황이다.
문화재청이 지난 5월 대통령실로부터 청와대 관리 업무를 위임받았으나 현재는 문화부 청와대활용추진단이 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탓에 종로구는 영빈관 앞 초소 도색 작업도 마음대로 못 한다.
정 구청장은 재선 국회의원(17·19대)과 청와대 통일비서관 경험을 적극 살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청와대를 관리하다 보니 제대로 된 지역 의견의 전달 창구도 없는 상태”라며 “종로구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의정에서 얻은 인맥과 경험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은 청와대가 74년 만에 개방되면서 국민들이 곳곳을 누비게 된 만큼 관광 정책을 보행 중심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광 셔틀버스 도입 이후 관광객들이 주변 골목과 관광 명소를 놓치고 있다고 보고 종로구 차원에서 광화문 인근에 버스 주정차 지역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 구청장은 “청와대 개방은 조선 개국 이후 700년 만에 경복궁 일대가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는 데 의미가 상당하다”며 “평창동, 청와대와 각종 고궁, 삼청동 갤러리타운, 송현동, 인사동, 대학로 공연예술거리까지 종로의 문화자산들이 하나의 거대한 문화벨트 안에 놓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주변 지역, 주변 자락길 등을 활용한 코스를 개발하겠다"며 “유럽 문화도시들처럼 종로에서도 걸으면서 문화예술을 느끼고 주변 상권도 부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가 2027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명 유치 목표를 내건 것에 맞춰 종로구도 서촌, 북촌, 인사동, 송현동 등을 구석구석을 걸으면서 옛 모습을 느껴볼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종로의 근·현대사를 설명해주는 다국어 오디오 가이드 콘텐츠 프로그램 ‘사운드워크’ 개발이 대표적이다. 정 구청장은 “송현동에 들어서는 이건희 기증관을 연계한 원데이 종로 뮤지엄 패스, 종로 미술관데이 등 다양한 민·관 연계 상품을 구상 중”이라고 소개했다.
종로구는 코로나19로 장기간 침체됐던 대학로 상권을 살리기 위해 상반기 내 매주 토요일 대학로 주말 차 없는 거리를 운영할 계획이다. 117개 대학로 소극장과 예술고교와 연계한 거리 무대공연, 길거리농구대회와 배드민턴 등 스트릿 스포츠존, 종로 공예작가들의 작품 전시 및 플리마켓 등도 준비 중이다.
리모델링 또는 재개발을 통해 대학로에 중대형 공연장 2~3곳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 구청장은 “대학로가 뉴욕 브로드웨이, 런던 웨스트엔드와 같은 공연의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캣츠와 같은 세계적 연극을 유치할 1500~2000석 규모 극장이 필요하다”며 “중대형 극장이 들어서면 기존 117개 소극장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