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재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와 콘텐츠에 대한 헝그리 정신이 한류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다프나 쥐르 스탠퍼드대 교수)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다 보니 먼저 우리나라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면 전세계적인 흥행도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박지은 드라마 작가)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가 40주년을 맞아 개최한 컨퍼런스 ‘한류의 미래(The Future of Hallyu)’에서 전문가들은 K-드라마를 주축으로 한 한류의 성공 요인으로 ‘스토리에 대한 헝그리 정신’과 ‘코리안 스탠더드’를 꼽았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보편적인 공감을 주는 스토리에 대한 헝그리 정신에 감탄을 표했다. 보니 틸랜드 네덜란드 레이덴대 교수는 영화 ‘기생충’에서 나오는 채끝살이 들어간 ‘짜파구리(짜파구리+너구리)’를 언급하며 “한국만의 색채가 강한 음식 소재를 통해서도 소속감과 이질감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끌어낸다”고 추켜세웠다. 또 그는 “콘텐츠를 전달하겠다는 일념으로 메타버스나 대체불가능코인(NFT)도 가장 먼저 시작한 게 한국 인재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적 색채가 강하지만 보편적으로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가 박지은 작가가 쓰고 배우 현빈과 손예진이 주연을 맡았던 ‘사랑의 불시착(2019)’이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북한 사람으로 설정돼 있다 보니 북한 사투리에서 비롯된 말장난 등이 극의 재미 요소였고 분단 상황을 경험하지 못한 글로벌 시청자층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2020년 미국 넷플릭스에서 드라마가 서비스되자마자 시청 순위 6위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했다. 박 작가는 “이 드라마는 그리움의 정서를 다룬 드라마”라며 “디테일은 낯설게 다가와도 사람들이 보물찾기 하듯이 보편성을 찾아낸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로 인해 글로벌 시청자의 존재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일단 우리나라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자는 일념으로 썼다”며 “우리나라 시청자들의 수준이 높다 보니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면 글로벌 흥행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로 자리한 이병헌 배우는 32년 간 배우로 살아오면서 우리나라와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지내온 여정을 소개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빠를 따라 가던 영화관의 추억을 회상하며 “어린 시절에는 미국 서부 영화에 둘러싸여 지냈고 이후 학교에 가서는 성룡이 나오는 중국 영화들에, 이후 90년대부터는 일본 대중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한류는 여러 광범위한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가운데 가장 파워풀한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2009년)’를 촬영하면서 경험한 할리우드와 우리나라 제작 시스템의 차이로 “할리우드는 엄청난 양의 제작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유연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변화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고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촬영 순간까지 더 나은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 게 오늘 날의 성공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이 배우는 이날 강연과 대담은 물론 질의응답까지 직접 영어로 진행하면서 전 세계에서 온 청중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APARC가 열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스탠퍼드대 학생들과 학계, 산업계의 참가자들 300여명이 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