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아주는 '신용보험' 국내서도 빛보나

BNP파리바생명 20년 전 첫 선 이후
고금리시대 맞춰 안전망으로 관심
생보사·손보사는 판매 가능하지만
금융기관은 규제에 발묶여 못 팔아
"빚 리스크 관리 위해 필요" 지적도






가입자가 불의의 사고나 전세 사기 등 범죄 피해를 입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보험사가 빚을 대신 변제하는 상품인 ‘신용보험’ 가입이 늘고 있다.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취급 보험사도 최근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기관이 대출 상품을 팔 때 신용보험을 함께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신용생명보험 신계약 건수는 4만 985건으로 2년 전인 2020년(4918건)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용보험은 차주에게 상해사망·후유장애·중대질병 등이 발생해 상환 능력이 상실된 경우 보험사가 보험 가입 금액을 대출기관에 지급하는 보험으로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면 신용‘생명’보험,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면 신용‘손해’보험이라고 부른다.


프랑스·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신용보험이 일찌감치 대출자 및 대출기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02년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한국 진출과 함께 신용보험을 처음 선보인 후 20여 년이 지나도록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현대·KB·DB·메리츠·신한EZ·ACE손보 등 7개 손보사에서도 신용보험을 판매하면서 신용손해보험도 등장했다. 손해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손해보험은 신용생명보험과 유사하지만 손보사의 일부 상품은 비자발적 실업 시에도 보상하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신용보험 상품은 보장 한도가 높지 않지만 보장 기간이 대출 기간과 만기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대 30년까지, 보험 가입 금액이 채무액 한도 내에서 최대 10억 원까지 가입 가능한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신용보험은 고금리 시대에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가계와 은행은 물론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당국과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보험사 모두에 도움이 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용대출을 받아 전세 임대계약을 했는데 전세 사기 등의 사고로 가입자가 신용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보험사가 이를 대신 변제할 수 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보험 가입을 통해 가계는 대출 미상환으로 인한 ‘빚의 대물림’을 방지하고 은행은 대출금 회수에 대한 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으며 보험회사는 신규 시장을 확대하고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와 소비자 금융 안정 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 상품을 팔 때 신용보험을 함께 팔 수 없어 활성화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은행창구 전용 상품인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신용보험을 판매하면 일명 ‘꺾기(행원이 대출을 대가로 예금·보험 가입 등을 권유하는 행위)’로 불리는 불공정 영업 행위로 처벌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16일 신용보험 활성화, 금리 인하 효과와 관련된 금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금융기관에서 대출 상품을 팔 때 신용보험을 함께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2019년과 2021년 비슷한 개정안이 두 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한 가운데 올해 또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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