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정보의 홍수 속에서 찾는 보험의 본 줄기

허창언 보험개발원장


핼리혜성을 발견한 17세기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는 생명보험 가입 시 보험료 계산에 활용되는 경험생명표를 처음 만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공동묘지를 다니며 묘비에 새겨진 출생 일자와 사망 일자, 성별을 일일이 기록하는 방식으로 경험생명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자료는 생명보험 산업 발전의 근간이 됐다.


이처럼 적정한 보험료를 산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장차 사고가 날지, 난다면 얼마나 피해를 당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가장 유용한 것은 바로 과거의 사고 발생 통계이며 이를 잘 활용하는 곳이 보험사다.


그렇다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은 어떻게 보험료를 산출할 수 있을까. 위험이 존재하고 이를 보장받고자 하는 수요도 있는데 보험료 산출이 어려워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면 안 될 일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데이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유 통계만으로는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리스크에 합당한 보험료를 산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빅데이터 기술은 보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의 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빅데이터의 특징은 4V로 요약될 수 있다. 초대용량의(Volume) 형태가 다양하고(Variety), 생성 속도가 빠르며(Velocity), 가치(Value)를 창출할 수 있는 데이터가 빅데이터다. 서로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결합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정보가 생성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새로운 위험에 대한 보장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요를 선제적으로 창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아기 기저귀 코너 옆에 맥주를 비치해 애주가인 아빠들의 소비를 늘린 미국 월마트의 사례처럼 말이다.


현대사회를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홍수가 나면 물이 넘쳐 흘러도 정작 마실 수 있는 물은 구하기 어려워진다. 오히려 더러운 물로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게 된다. 정보의 절대 양은 많으나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역설적으로 ‘정보의 가뭄’ 시대이기도 하다.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하면 방대한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홍수를 거대한 댐에 가둬놓고 식수도 얻고 발전도 하는 등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통계(統計)는 ‘본줄기 통(統)’과 ‘헤아릴 계(計)’를 합친 말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본줄기를 찾고 그 뜻을 헤아리는 것이 곧 통계이며, 이것이 보험을 지탱하는 본줄기이자 뿌리다. 더 이상 묘비를 찾아 발품을 팔 필요가 없어졌다. 빅데이터 속에서 정보를 찾고 이를 이용해 소비자의 다양한 보장 수요를 충족하는 상품이 적기에 개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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