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단독 개원' 길 열리나…의사·조무사 총파업 예고

■ 巨野, 간호법도 단독 처리
조무사 '단독 고용' 여부 등 촉각
의사면허박탈법도 국회문턱 넘어
직역간 '힘겨루기' 격화 불보듯
尹 거부권 놓고 정치적 후폭풍도
복지부 "긴급상황점검반 가동"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간호법안에 대한 투표를 거부하며 본회의장을 떠난 가운데 간호사 출신의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혼자 남아 있다. 연합뉴스

의료 단체 간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 70년간 유지돼온 의료법 단일 체계는 무너지게 됐다. 간호사를 제외한 의사·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역은 총파업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하면서 정치적 후폭풍도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본회의에서 간호법은 181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79명, 의료법은 재적 177명, 찬성 154명으로 가결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간호협회에 간호법의 명칭을 ‘간호사 처우법’으로 바꾸고 간호 관련 업무 규정을 의료법에 두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하고 막판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한간호협회가 중재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원안이 상정됐다. 의료법 개정안은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 받아 면허가 취소된 후 재교부 받았음에도 또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 취소를 취소하고 10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사·한의사·간호사 중 간호사 직역을 따로 떼어내 역할 등을 규정한 법이 생기면서 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법은 법끼리 서로 상충할 때 어떤 것을 우선시하느냐가 정해져 있다”며 “예를 들어 일반법보다는 특별법이 우선한다, 구법보다는 신법이 우선한다는 식인데 간호법이 단독법으로 불쑥 튀어나오면서 의료법과 간호법이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아무런 정리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간호법 1조의 ‘지역사회’ 문구를 둘러싼 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 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간호법 제정 이후 시행령 등 하위 법령 개정 또는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단독 개원’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간호법 제정은 고령화 시대 돌봄 사업의 주도권을 간호사가 갖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제정에 비하면 개정은 쉽다”며 “의료법에서 간호법을 떼어내고 나면 다시 개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간협은 상위 법령에 배치되는 하위 법령은 있을 수 없는 만큼 단독 개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료법 33조는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정신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한다’는 제12조도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과 복지시설의 상당수는 비용 등을 이유로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고용하고 있다. 간호법 유권해석상 간호조무사의 단독 고용이 어렵게 될 경우 의료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 현장에서의 직역 간 ‘힘 겨루기’는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의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총파업 수순을 밟는다. 의협이 총파업 진행 투표를 실시한 결과 약 83%가 찬성했고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이 폐지되지 않은 데 대해 위헌이라며 다음 달 초부터 전국 86만 회원이 권역별 연가 투쟁에 나서는 한편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과 연대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예고했다. 박명하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필수 의협 회장을 비롯한 각 단체장이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국민에게 송구하지만 13개 단체가 연대해 파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거부권을 둘러싼 정치적 후폭풍도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통해 민주당이 간호법 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국회로 되돌아올 경우 민주당은 재표결에 나서고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은 우리 당과 갈등을 조정해야 할 입장에 있으면서도 지금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협은 날을 세웠다. 이 회장은 “‘의료인 면허박탈법’은 건강과 생명을 수호하는 의료인의 면허를 한낱 종잇장 취급하는 법”이라며 “중대 범죄가 아닌 단순 과실까지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면허를 빼앗는 건 너무나도 가혹하고 과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본회의 의결 직후 간부 회의를 개최해 긴급상황점검반을 구성했다. 조규홍 장관은 “보건의료계가 찬반으로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 주도로 간호법이 의결돼 매우 안타깝고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며 “보건의료 단체가 간호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알지만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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