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ST) 제도화를 계기 삼아 블록체인 기술이 자본시장에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다음 타자로는 대체불가토큰(NFT)을 활용한 게임과 보안성을 높인 탈중앙화신원증명(DID) 분야가 블록체인 대중화의 물꼬를 틀 ‘킬러 콘텐츠’ 후보군으로 꼽힌다.
27일 서울 역삼동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디센터 웹3 토론회’에서 블록체인 기술 기업 관계자들은 NFT를 활용한 서비스가 블록체인 대중화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NFT가 주요 디지털미술품이나 프로필사진(PFP) 등으로 주목받았지만 실제 저변 확대는 돈 버는(P2E) 게임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을 필두로 전 세계 대형 게임사들은 게임에 NFT 아이템과 게임 토큰으로 돌아가는 토크노믹스(토큰 경제 시스템)를 도입해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문건기 해치랩스 대표는 “게임은 모든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재미’라는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술이 도입된 사례가 많다”며 “향후 3~5년간 블록체인 게임이 대중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게임 회사들이 웹3.0 게임 산업을 선구적으로 이끌면서 일반 게이머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종협 파라메타 대표도 “블록체인 게임은 이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단계까지 진입한 상태로 곧 본격적인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NFT 또는 양도 불가능한 NFT를 뜻하는 솔바운드토큰(SBT)으로 웹상 신원 인증을 대체하는 서비스의 실용화 가능성도 언급됐다. 조원호 람다256 그룹장은 “NFT나 SBT를 활용해 소셜 로그인, e메일 계정 로그인 등을 대체하는 서비스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NFT를 인증 수단이나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대중화의 첫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ID 서비스 자체만으로도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파라메타는 블록체인 스토리지를 활용해 사용자가 프로필·콘텐츠·행동데이터 등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웹3.0 데이터 프로토콜 ‘퍼미’를 구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출시되는 해외 블록체인 서비스들의 경우 DID 기술을 기본적으로 적용하는 추세”라며 “DID가 대중화 단계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대중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블록체인이 대중에 받아들여지기 위해 기존 시스템이 아닌 블록체인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한 설득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금융과 기술이 혼재돼 복잡한 블록체인 개념을 대중에 전달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다. 김용건 블로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뚜렷한 사용처보다 기술이 먼저 나왔기에 ‘블록체인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블록체인 없이도 기존 서비스들이 잘 돌아가고 있어 블록체인 기술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기존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얹어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블록체인 콘텐츠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대중화를 이룰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문 대표는 “기술의 한계로 인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며 “1990년대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던 시절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가 대중에 수용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